(미 업종) 반도체-인터넷-생명공학-네트워킹 하락, 화학 상승

by김홍기 기자
2000.03.31 08:38:34

“욕설이 튀어나올 만한 매도”(four-letter sell-off) 미국의 CBS마켓워치는 30일의 미국 시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매도 물량이 너무 많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장이었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인터넷, 네트워킹, 생명공학, 소프트웨어 업종이 하락했고, 생활용품, 제약, 제지, 화학, 담배 업종이 올랐다. 이틀전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율 감축과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으로 촉발된 나스닥 하락 장세가 어제 템플턴 펀드의 마크 모비우스의 인터넷 거품 지적으로 추가 하락했는데, 이날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됐다. 특별한 악재가 새로 발생했다면 작년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 성장을 하던 1984년 이래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간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정도의 뉴스 뿐이었다. 또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케이블트론이 수익성 악화와 등급 하락으로 인해 40% 이상 하락한 것과 야후가 미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게 될 것 뿐이라는 뉴스 정도. 핵폭탄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악재였다. 따라서 이날의 뉴욕 증시 하락은 시장에 기술주가 너무 과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스닥 100 지수의 수익 대비 주가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종목보다 몇 배나 높다는 근본 인식이 악재가 됐다. 이 때문에 하락 와중에도 굳건히 시장을 받쳐주던 종목들도 이날은 별 수 없이 하락했다. 프레드릭 러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사장인 프레드릭 러셀은 “수익이 좋긴 하겠지만 그것으로는 투자자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라임 차터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스콧 블레이어는 “2월 파티의 숙취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2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여파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이 기술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던 분석가들도 이날만은 입을 다물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10% 정도 지수가 떨어지면 조정(correction) 이라고 보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0일 이후 11.7% 하락했으며, 애비 코언의 발언이 있은 뒤로는 7.8% 하락했다. 국내에서 관심이 많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 3.56% 하락했다. 인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AMD 등이 모두 하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0.4%나 폭락했다. 통신용 칩을 만드는 퀄컴과 모토로라 등도 모두 하락했다. 컴퓨터주 중에서는 IBM만이 상승했고, 델 컴퓨터, 컴팩, 휴렛 패커드가 모두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가 하락하면 컴퓨터도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네트워킹주도 하락. 시스코시스템스와 노텔 네트워크도 모두 하락했고, 소프트웨어주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러클도 하락했다. 물론 생명공학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나스닥 생명공학 지수는 5.22% 떨어졌다. 암겐도 3% 정도 떨어졌으며, 이뮤넥스와 바이오겐도 하락했다. 반면에 제약주는 상승했다. 머크와 화이자가 모두 상승세를 탔다. 미국에서는 생명공학주가 떨어지면 제약주가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오른 종목도 있다. S&P 화학종합지수는 3.3% 상승했다. 다우케미칼, 유니온 카바이드, 듀폰 등이 올랐다. 또 담배회사 주식도 올랐다. 도산할 정도로 강력했던 평결에 대해 플로리다주의 판사들이 재고하고 있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필립모리스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생활과 밀접한 코카콜라, 질레트, 킴벌리 클라크도 혜택을 봤다. 에너지주인 엑손 모빌도 상승했다. 또 특정 종목에 대한 추천도 계속됐다. 리만 브라더스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레비는 광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케모어 네트워크스의 등급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고, WR함브레이트의 케이스 바크만은 VA리눅스를 ‘매수’ 추천했다. 바크만은 “VA리눅스에 대한 투자는 오픈 소스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주 중심의 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으로 지난주 주가가 상승했으나 이번주는 대표주의 하락으로 소형주까지 떨어졌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지수는 장중으로 따져서 3월10일과 비교해 16%나 빠졌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주식 전략가인 제프리 워런츠는 나스닥 주식의 3분의 2가 52주간 최고치에서 30%나 빠져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주의 하락을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씨티 내쇼널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리치 바넷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뉴스에 주식을 팔고 있다”며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