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州는 왜 대선 수작업 개표를 결정했을까
by김윤지 기자
2024.10.04 00:45:00
[美대선 D-30]④선거 방식과 경합주 중요성
승자독식에 '최다 득표' 힐러리 패배
경합주 7곳 결과 좌우, 집중 공략 배경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이 직접 후보에게 투표하는 직선제인 한국과 달리 간선제인 미국의 선거 방식과 이번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되는 경합주의 중요성을 짚어봤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6585만표를 얻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6298만표)보다 전국적으로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이는 각 주(州)에서 최다 득표자가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원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제(네브래스카주·메인주 예외)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에서 1%포인트 차이로 승리했고 선거인단 304명을 확보해 힐러리 전 국무장관(선거인단 227명)을 꺾고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다.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분배된 선거인단의 총수는 538명이다. 이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어 ‘매직넘버 270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연방 상원 의원 2명과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된 하원 의원을 합해 정해진다.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캘리포니아의 올해 선거인단 수는 54명으로 가장 많고, 텍사스(40), 플로리다(30), 뉴욕(28), 일리노이(19), 펜실베이니아(19) 순이다. 선거인단이 3명밖에 되지 않는 알래스카도 있다.
네브래스카·메인 두 주는 선거인단 일부는 승자 독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득표에 비례해 배분하는 혼합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위 10여 주에서만 승리하면 이길 수 있는 구조다.
초접전 가운데 두 후보가 선거인단을 각각 절반인 269명씩 확보하면 무승부다. 수정헌법 12조는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조지아주는 수작업으로 개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대선에서 개표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곳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조지아주가 유일하다. 개표 속도 보다는 정확하고 투명한 개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주장이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1만여표 차이로 졌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그런가하면 공화당 단체들은 대선 규칙이나 관행 관련해 올 들어 미 전역에서 9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소송은 경합주에 집중돼 투표 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처럼 경합주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그만큼 미 대선에서 중요하단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50개 주 중 대다수는 선거에서 민주당 혹은 공화당 어느 한 쪽을 꾸준히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 선거 때마다 표심이 민주·공화 양당을 그네(swing)처럼 오가는 곳도 있다. 바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일종의 부동층인 셈이다. 통상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승자독식제인 만큼 근소한 차이라도 해도 경합주 지역을 가져가면 승리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0년 대선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승리하면서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