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분쟁해결 기준 1년 만에 다시 손본다

by강신우 기자
2024.08.07 05:00:00

C2C 분쟁해결기준 대폭 손질
작년 6월 도입한 후 약 1년만
“공정위 등이 기준 세우고…
과기부 KISA가 집행 ‘불만’”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개인간(C2C) 중고거래시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권고 기준인 ‘중고거래 분쟁해결기준’을 손본다. 작년 6월 ‘하자있는 중고거래물품의 환불 길을 넓힌다’며 도입했던 이 기준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해보니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중고거래 분쟁해결기준은 C2C 거래시장이 급성장하자 분쟁조정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아 기존의 피해구제·분쟁절차 및 기준 등을 활용할 수 없어 중고거래 플랫폼업체와 협약을 통해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액은 2008년 4조원대에서 2021년 24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뒤 올해 약 30조원, 내년에는 43조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6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연말께 기존 중고거래 분쟁해결 기준을 대폭 손질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휴대폰·노트북 등 전자제품에만 국한했던 이 기준을 TV·냉장고·에어컨 등 대형가전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현실성 없던 기존의 기준도 함께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업계와 분쟁해결 기준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 있다. 품목은 더 넓히고 수정할 것은 고칠 계획”이라고 했다.

현행 분쟁해결 기준을 보면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분쟁 신고가 접수되고 신고 내용으로 판단했을 때 분쟁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가 명백한 경우에는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귀책사유 있는 일방에게 구매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 환불 등 그 일방 자신의 거래상 의무를 이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명시해놨다. 아울러 ‘물건 수령 후 3일~한 달 이내에 발생한 성능이나 기능상 하자 발생시 구입가의 50~10% 환급’ 등 기존 B2C 거래에서나 가능한 분쟁해결 기준을 무리하게 도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자상거래와 달리 단순변심에 따른 소비자의 청약철회권(7일 이내 환불)은 인정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이용자 대부분이 판매자이면서 소비자인 경우인데, 분쟁해결 기준은 B2C, 그러니까 사업자를 상대로 한 소비자의 피해구제에 방점이 있다보니 현실적으로 C2C 거래에서 실현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가이드라인 대상 품목을 늘리되 기존의 기준을 개선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처간 신경전도 있다. 분쟁조정은 일단 중고거래 플랫폼(당근마켓·번개장터·세컨웨어·중고나라)에서 분쟁해결 기준을 적용해 당사자간 합의를 이끌고, 해결이 안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내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ISA에선 타부처인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만든 분쟁해결기준을 적용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해당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등의 불만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정감사 등에서 개인간 중고거래가 급증한 데 반해 조정 건수가 적은, 실적 부실이 드러나면 해당 비판은 KISA 측만 받는다는 하소연도 있다.

이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원이 C2C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할 의무나 권한이 없기 때문인데, 분쟁해결 기준을 적용해 공정위 산하 소비자원에서 분쟁조정·피해구제에 나서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소비자원에선 ‘소비자24’ 인터넷 창구를 통해 국내·외 리콜정보를 확인,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위해제품의 유통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역할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나 KISA 모두 C2C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행 법에 따른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C2C 시장이 커지는 만큼 분쟁조정시스템을 잘 갖춰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 모두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