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6.12 05:00:00
한국경제가 심각한 생산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2040년대에 마이너스 성장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국기업들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에는 연평균 6.1%였으나 2011∼2020년에는 0.5%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저출산에다 생산성까지 하락하면 한국경제는 10년 후부터 성장을 멈출 것이라는 경고다. 한은 경제연구원이 그제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에도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성장전략’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생산성이 낮고 인구가 보통 속도로 감소하면(통계청 중위추계 기준) 연평균 성장률이 2020년대 2.1%, 2030년대 0.6%, 2040년대 -0.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경우(통계청 저위추계 기준) 연평균 성장률이 2040년대에 -0.3%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의 생산성 급락은 기술 개발 노력을 게을리해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4.1%(2022년 기준)에 해당하는 막대한 재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R&D 지출액 비율은 세계 2위를 기록했고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도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막대한 재원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이것이 성과(생산성 향상)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은 혁신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에게서 ‘무에서 유를 창출하자’는 정주영식 도전 의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고 했던 이건희식 혁신 의지도 사그라들고 있다. IT시대 초기를 이끌었던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혁신기업 창업도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세계는 IT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향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안전빵 위주의 경영에 젖어 있는 건 아닌가. 정부는 기업들의 모험과 도전 의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