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0.10 05:00:00
부실 징후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오는 15일 효력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5년 한시법인 기촉법의 일몰 기한이 만료되지만 국회에서 기한 연장 등을 위한 대체입법 논의가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오로지 정쟁에 몰두하다보니 다른 긴급한 법안들과 함께 기촉법 개정안도 방치된 탓이다.
국회에는 현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기촉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윤 의원 안은 2027년 말까지, 김 의원 안은 법 시행일부터 10년으로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크아웃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업계와 전문가 등으로부터 제안되고 있기도 하다. 한시법인 기촉법을 상시법화하는 방안, 기업과 채권기관의 이해관계에 보다 중립적인 워크아웃 전담 기구 설립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제도 틀을 바꾸는 이런 방안들은 언감생심이고, 일몰 기한 연장이 핵심인 윤 의원 안과 김 의원 안조차 심의가 지연돼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회 일정과 여야간 극한 정쟁 등을 감안할 때 이대로라면 기촉법의 일몰 전 대체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한계기업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여야가 기촉법 개정안 처리를 이렇게 방치·지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외부감사대상 기업 2만 5135개 가운데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도 갚지 못한 한계기업은 3903개로 15.5%에 달했다. 그 단계를 넘어 더 버티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올 상반기에만도 7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2건보다 272건(60.2%)이나 급증했다. 기촉법 일몰로 워크아웃을 통한 한계기업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계기업 중에서도 회생이 가능한 기업들은 워크아웃을 통한 채무 완화 등 지원으로 회생하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기촉법 일몰 시 금융권 자율협약을 가동하겠다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여야는 맹성하고 기촉법 일몰 후 공백 기간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법안 심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