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 덜 내린다는 美…한은, 금리 인하 내년 7월로 밀리나

by최정희 기자
2023.09.22 05:00:00

연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
한미 금리 역전폭 2.25%포인트로 확대 가능성
내년 금리 인하폭 100bp서 50bp로 축소
연준 금리 인하 시점 내년 2분기서 3분기로 지연 전망
"연준이 먼저 내려야 한은도 내린다" 의견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내년 정책금리를 덜 내리겠다고 시사했다. 내년에도 5%대의 금리가 유지될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3분기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7월 정도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연준은 19∼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하지만 금리 점도표를 보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긴축 선호)’ 기조가 뚜렷했다. 19명의 FOMC 위원 중 연내 추가 금리 인상으로 5.5~5.75%가 최종 금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위원이 12명에 달했다. 연말께 한미 금리 역전폭이 2.25%포인트로 더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내년 금리 인하폭이다. 6월 점도표에선 금리 인하 횟수가 4회로 총 100bp(1bp=0.01%p)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으나, 이번 점도표에선 2회, 50bp로 축소됐다. 내년 연말 금리 수준이 5%를 넘는다는 얘기다. 2026년에도 금리 중간값이 2.9%로 중립금리(2.5%)를 넘는다.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를 선언한 가장 큰 배경이 경기호조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 금리 인하 전망 횟수가 줄어든 이유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낙관적 견해와 더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립금리 수준이 장기금리(중간값 2.5%)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중립금리가 과거보다 높아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견조한 성장세와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바탕으로 고금리를 장기화하겠다는 방침은 한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당장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두 차례로 축소되면서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이 내년 2분기에서 3분기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도 연기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2분기에서 3분기로 늦췄다”며 “미국 정책 기조 동조화를 감안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7월 정도로 이연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역전폭이 워낙 커서 한은이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견조한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고금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경기는 미국 대비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약한 상황인데 한미 금리 역전폭 축소, 환율 안정을 위해 한은의 금리 인하가 제약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한은은 중국 성장세가 악화될 경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1.2%, 1.9%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했다. 2년 연속 1%대 성장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높은 금리가 상당기간 오래 가게 되면 (우리 통화정책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실물 경제를 고려해 금리를 낮추고 싶은 상황이 오더라도 미국이 굉장히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제약 조건이 더 커지게 된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환율이 급등하지 않는 한 현 수준(3.5%)의 금리를 유지하려 하겠지만, 한미 금리 역전폭이 장기간 2%포인트 수준에서 움직일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일(현지시간) 9월 FOMC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