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바꿔치기" vs "사실무근" 갈등겪는 성남 재개발
by전재욱 기자
2023.08.14 0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성남 중원구 도환중2구역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임원 선출 투표용지 바꿔치기 논란과 시공사의 카카오 톡 명의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구역 조합원 A씨 등 22명은 지난 7일 성남시청에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 조합원이 주장하는 의혹은 두 가지다. 우선은 조합 총회에서 임원을 선출한 과정을 들여다봐 달라는 것이다. 재건축 추진위원장의 가족이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유도하는 문자메시지를 조합원에게 보냈고, 개표 결과 상당수 그대로 나온 것이 석연찮다는 주장이다.
A씨 등은 “선거운동을 한 적 없는 외부에 거주하는 조합원이 대의원에 당선하고, 선거 운동에 적극적인 지역에 사는 조합원은 낙선했다”며 “대다수는 미리 기표해둔 투표용지와 바꿔치기한 결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의혹은 시공사로 참여하려는 B 건설사가 일부 조합원 명의를 도용해 조합원이 모인 카카오 톡 대화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B 건설사 측이 고령의 조합원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명의 도용이 발생했다는 게 의혹 제기 대상이다. 이로써 조합원 대화방에서 추진위원회를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나중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도환중2구역 정비사업은 B 건설사를 비롯해 3곳 정도가 시공사 수주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를 도용당한 당사자라는 조합원은 2명이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모인 카카오 톡 대화방에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메시지가 올라왔다고 주장한다. 개중에 1명은 명의 도용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한 상태다.
이를 두고 도환중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 C씨는 “정비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어떠한 의혹도 사실무근이며 특히 금전적인 의혹은 단호하게 ‘노’ (문제가 없다)”라며 “만약 문제 소지가 있다면 의혹 제기자가 근거를 제시하고 밝혀내거나 어려우면 형사 고발해서 바로잡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정도(正道)를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와 관련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원 372명으로 구성된 도환중2구역 정비사업은 구역을 1123세대 규모의 주거시설로 짓고자 추진한다. 중형급으로 추진되는 이 구역의 내부 의견 충돌이 어떻게 정리될지가 지역 정비업계의 관심사다. 갓 정비사업을 시작한 인접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과열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성남시청 담당자는 “도환중2구역 조합원이 제기한 민원 내용을 조사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