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돈 된다”…NPL 시장에 금융권 눈독

by김무연 기자
2022.04.06 05:30:00

[회생대란 오나]④
우리금융지주, 지난 1월 NPL 투자 전문사 설립
유암코 필두로 하나F&I, 대신 F&I 등 각축
금리 인상 등으로 디폴트 기업 늘면 NPL 수익성↑
올해 NPL시장 규모 횡보 예상…내년은 돼야 바뀔 것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부실채권(NPL) 시장을 노린 금융사들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코로나19 지원책 종료가 예상되고 금리인상이 가시화하면서 경기 침체 및 악화에 따른 부실채권 관리 시장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차기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대출 만기 연장도 가능한 만큼 NPL 시장은 올해보단 내년을 내다봐야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월 NPL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F&I)’를 공식 출범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NPL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서 자회사를 설립했다는 것이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F&I를 대신증권에 넘기며 NPL 시장에서 물러났다 다시금 경쟁에 참전하게 됐다.

NPL이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뜻한다. 부동산 담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있는 담보부실채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NPL 전문 투자사는 금융사로부터 NPL을 싸게 사들여 구조조정한 뒤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을 올린다. 즉,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수록 NPL 시장이 커지는 셈이다.

앞서 다우키움그룹도 지난 2020년 10월 ‘키움F&I’를 출범하며 NPL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국내 NPL 시장은 준정부기관인 연합자산관리공사(유암코)를 필두로 대신F&I, 하나F&I 등 민간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아직은 유암코가 투자규모 면에서 가장 크지만, 하나F&I 등이 공격적으로 투자액을 높이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유암코의 NPL 투자규모는 1조1800억원 수준으로 NPL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한 가운데 2위인 하나F&I가 9400억원을 투자하며 뒤를 바짝 좇고 있다. 대신 F&I는 3000억원, 키움F&I도 3900억원을 NPL에 투자했다.

차기 정부가 코로나19에서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함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정책이 올해 9월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물류 대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료 상승으로 물가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견되면서 잠재된 부실채권이 쏟아져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NPL 시장은 여전히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를 설립해 대출 상환을 장기적으로 받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데다,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을 매각해 상환할 가능성도 높아진 탓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오는 9월 말 대출 만기가 종료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담보물건은 3개월이 지나야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은 돼야 매물이 나올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4조원이 넘던 NPL 시장이 지난해 3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