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소송 반대한 경제단체들, 尹정부서 누가 총대메나

by김대연 기자
2022.03.25 02:30:00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방향은]②
경총, 文정부서 수탁위 논의 주도
전경련, 尹 당선인과 회동 이끌어
새 정부 출범 앞두고 적극적 행보
"경제 단체마다 역할 있어…건전한 경쟁 필요"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새 정부 출범에 앞두고 재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에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입장을 냈지만, 새 정부 들어 어떤 단체가 주도권을 쥘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도를 반대하는 좌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재계 회동 때에도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과거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계 내부에서는 전경련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면서도 앞으로 재계 단체 간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경제계를 대표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수탁위) 관련 논의를 이끌어왔지만, 지난 5년간 정부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며 ‘패싱’ 당하던 전경련의 위상 회복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 전문위원회로 지난 2018년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가 도입된 이후 구성됐다. 그러나 재계 측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인 대표소송 개시 권한을 기존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수탁위가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해 오히려 기업 활동이 위축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국민연금 기금위에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위원이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경총이 수탁위 신규 위원으로 추천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용자 단체 위원으로 뽑혀 경총이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었다.



다만 지난 21일 윤 당선인과의 경제 6단체 회동이 전경련을 중심으로 추진된 것에 대해 재계 단체들도 전경련의 재기를 인정하는 분위기라 향후 재계 내 주도권 변화와 관련해서도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윤 당선인과의 오찬에 전경련도 함께 했다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회동만을 두고 전경련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볼 수 없고 향후 국빈 행사나 활동 등을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공식 행사에 초청받지 못하면서 존재감도 약해졌다. 하지만 전경련이 지난 21일 윤 당선인의 첫 경제 단체 회동을 위해 일정 조율 등 주요한 역할을 하면서 5년 패싱의 마침표를 찍고 위상 회복의 계기를 맞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경총과 대한상의 등을 비롯한 재계 단체들은 이번 회동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상호 간 건전한 경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총 관계자는 “경제 단체마다 각자의 역량과 인프라가 다르다”며 “결국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넓혀나가는 단체가 국민들의 신뢰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단체별로 대표성을 띠는 곳이 다르고 고유의 성격이 있어 각자 그 역할을 할 뿐”이라고 전했다.

또한 전경련이 지난달 국민연금 대표소송제에 비판하는 좌담회를 열면서 반대 여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최근 경총과 대한상의 소속 기금위 후임 위원이 바뀌어 현실적으로 전경련이 당장 기금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와 경총은 이제 후임자의 임기가 시작됐고 중기중앙회도 나름대로 상징성이 있어 바뀌기 어렵다”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2년 임기 이후 중임이 되는 거라 최소 4년 후를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