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선 다툼에서 위생 조작 논란까지…민노총에 멍드는 SPC

by김보경 기자
2021.10.05 05:50:00

배송 편한 노선 달라 노노다툼에서 시작
한달 간 손실금액 ‘80억원+@’
하루하루 손해액 늘어나는데
손해배상책임 면제 요구하며 파업 이어가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지난달 3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파리바게뜨지회의 운송거부에서 시작한 빵 파업이 지난달 15일 전국으로 확산하고 한 달을 넘겼다. 더 편한 배송 노선을 차지하기 위한 노조간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졌고 파리바게뜨 3400개 가맹점은 파업의 볼모가 돼 한 달 동안 빵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민노총이 사실상 운송 계약의 주체도 아닌 SPC를 걸고 넘어지면서 그 불똥은 계열사로도 튀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는 SPC삼립공장은 물론 던킨도너츠 공장의 위생논란 제보 영상도 민노총 지회장의 조작 영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 파리바게뜨 매장 내 샌드위치 매대가 비어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4일 SPC그룹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배송기사들의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이 기간 배송을 대신할 지입차 대차 비용, 대체 기사 투입비용, 주문대비 미출하된 제품에 대한 손해액은 80억원으로 추산됐다. 3400개 가맹점에서 빵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데서 발생한 영업손실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가맹점들은 점포마다 평소 매출과 비교해 피해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매장의 전국 평균 일 매출은 180만원 수준이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푸는 한 조건으로 손해배상책임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파업이 계속되면서 손해액이 하루 하루 눈덩이처럼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SPC그룹은 파업에 따른 본사의 손해액과 가맹점들의 손해액을 모두 합쳐 끝까지 화물연대에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애초 시작이 된 문제점도, 쟁의의 대상도, 노조의 요구도 계속 바뀌고 불분명하다”며 “명확한 것은 기업이 입은 피해와 가맹점의 피해이며 손실을 입혀놓고 손실배상을 하지 말라며 파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제의 시작은 노선다툼이었다. SPC의 물류 자회사 SPC GFS는 지난 6월 운수사와 운송기사들의 증차 요구에 호남지역 배송차량을 2대 늘리기로 했다. 배송 차량이 늘어나면서 배송 코스를 조정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민노총과 한노총 배송기사들이 서로 운행 거리가 짧은 코스를 차지하기 위해 갈등이 일어난 것. 민노총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달라며 지난달 3일 새벽에 파업을 시작한 게 이번 SPC 빵 대란의 시발점이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은 원청인 SPC 본사가 나서서 노선 조정을 할 것을 요구했고 현재 전국 단위의 파업을 진행하면서도 계속 SPC가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SPC는 관여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SPC는 물류 자회사인 SPC GFS를 통해 각 지역에서 운수사와 계약을 맺고 운송을 한다. 운수사들은 또 각 배송기사와 계약을 맺는다. 즉 배송 기사들이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것은 각 지역 운수사들이다. SPC 관계자는 “배송 기사들의 요구사항이 있다면 운수사가 SPC GFS와의 계약때 그 내용을 넣어 SPC와 협의를 하면되는 것”이라며 “이미 운송용역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SPC를 상대로 항의하며 파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SPC에서 관여한다면 하도급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에서 운송 거부 움직임이 장기화되자 SPC그룹은 지난달 14일 광주지역 운수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이 해지된 운수사는 기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손해배상금액을 청구했다. 화물연대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면 파업을 종료하겠다고 했지만 SPC측이 거절하면서 전국단위 파업으로 확대됐다.

그러면서 파업의 명분이 갑자기 ‘노조탄압’으로 바뀌었고 요구조건은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변했다. SPC가 타 계열사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화물연대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SPC의 계열사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였던 세종공장과 청주공장은 SPC삼립의 생산공장이다. 그런데 이 공장의 길목을 막고 농성을 하면서 세종공장의 밀가루 공급량은 기존 하루 800~1000t에서 한 때 100~150t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가맹점으로 가는 밀가루 등 재료의 길목을 막아 사측을 압박하는 화물연대의 행동은 이 공장에서 납품하는 다른 종소업체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또 이런 일이 반복·장기화한다면 SPC삼립의 손해도 커져서 상장사인 SPC삼립 주주들의 손해로도 이어지게 된다.

최근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비알코리아의 던킨 도너츠를 만드는 안양공장에서 위생 논란도 일어났다. 공장 직원이 밀가루 반죽 위에 떨어진 기름때와 생산설비의 비위생적인 모습을 촬영해 제보했다. 하지만 비알코리아는 해당 직원이 근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 공장에 들어가 설비 위에 묻어있는 기름을 고의로 반죽 위로 떨어뜨리려고 시도하고 반죽에 잘 떨어지도록 고무주걱으로 긁어내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며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불시에 나간 식약처 현장점검에서 다른 설비의 위생관리가 일부 미흡한 게 지적됐지만 제보된 영상에서 나온 설비는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SPC가 제기한 영상 조작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상을 제보한 직원이 민노총 던킨 지부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위생적인 공장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점이 묘하게 겹치면서 화물연대와 SPC간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영상을 배포한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PC는 현 정부 초기에 제빵기사 직고용 문제로 민노총과 갈등이 있었는데 최근 던킨도너츠 공장 영상조작 논란 같은 사건도 다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민노총이 SPC그룹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셈인데 이는 현 정부가 원청과 하청, 직고용 문제 등으로 노사 관계를 들쑤신 책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물연대의 공장 앞 시위에서도 방역조치를 위반한 불법 시위에 대해 뒤늦게 입건만 하는 등 현 정부는 철저하게 방관하며 노조에 관용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만 떠 안고 있어 책임 있는 정부가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