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1]"ESG 테마 계속간다…기업의 최종 목적·불변 가치 될 것"

by이준기 기자
2021.05.24 05:00:00

[인터뷰]②레오 틸먼 틸먼&컴퍼니 회장
"''하면 좋은 것''이었던 CSR·CSV 때와는 달라"
"확장된 이해관계자와 관계 유지 위한 초석"

사진=틸먼&컴퍼니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ESG라는 테마는 기업사회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보다 오래갈 것이다.”

미국 내 대표적 글로벌 금융전략 권위자인 레오 틸먼틸먼&컴퍼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D)는 22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CSR과 CSV가 부상했을 당시 분위기는 기업들에 ‘하면 좋은 것’이었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ESG는 다르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틸먼 회장은 6월 23~24일 ‘자본주의 대전환: ESG노믹스’를 주제로 진행되는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둘째 날 ‘ESG, 돈의 흐름을 바꾸다’라는 담론의 투자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국제금융·경제 전문가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대담을 나눈다.

틸먼 회장은 “과거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내·외부 인지도를 위한 자선 활동이나 전략적 소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ESG는 주주들뿐만 아니라 고객, 임직원, 지역 공동체 그리고 전체 사회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초석으로 인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더 나아가 그는 “ESG는 조직 차원의 가장 중요한 목적과 불변의 가치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며 ESG 경영의 무게감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SG는 환경, 사회적 영향, 지배구조를 중시하자는 것인데,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보면 장기적으로 기업과 투자자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직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ESG는 CSR과 CSV보다 훨씬 오래갈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CSR과 CSV가 부상했을 당시에는 ‘있으면 좋은 것’이었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내·외부 인지도를 위한 자선 활동이나 전략적 소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ESG는 주주들뿐만 아니라 고객, 임직원, 지역 공동체 그리고 전체 사회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초석으로 인식되고 있다. ESG는 조직 차원의 가장 중요한 목적과 불변의 가치 제안으로 여겨질 것이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나 경영진들은 ESG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중 기업과 투자자들은 분기별 이익에 치중하는 대신, 개인 보호 장비와 호흡기를 제조하고 임직원과 도급업체를 보살피는 등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 사례들은 현실에서 ESG가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는지를 바로 보여준다.

△그렇다. 핑크 회장이 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강조했다시피, 블랙록은 주식 투자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세계에 입성한 이래로 ESG 철학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모든 회사와 투자자는 ESG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조직의 장기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종, 위치, 부문과 관계없이 모든 회사는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기여를 강화하고 최고의 거버넌스 사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좋은 질문이다. 투자자와 주주의 외적 관심 및 수요. 그리고 이사회, 경영진, 임직원의 내적 중점 사항. 이 두 가지 모두가 ESG 트렌드의 장기적 영향과 효과에 똑같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세 가지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시기에 따라 무게추가 이동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G(거버넌스)가 중시되었고, 지난 10년 동안은 E(환경)의 중요성이 대두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S(사회 문제)가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내부적 관점에서 보자면, 기업이나 투자자의 관점에 따라 중점 부문이 달라지기도 한다. 책임을 면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환경 부분은 더욱 그렇다. 이해관계자와 실질적으로 소통하고 기업이나 투자자의 가치 제안을 드러낼 기회를 포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금 언급했듯이 시대에 따라 E, S, G 각 요소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업종과 부문에 따라 관심도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ESG 지표에 할당되는 자본은 늘고 있지만, 이러한 글로벌 움직임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성과 차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자본이 이제 막 유입되고 있고 데이터는 단기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ESG 이니셔티브를 통해 훌륭한 실적을 내고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회사에 투자하는 게 매력적일 것이다.

△ESG 평가 기준은 아직 기초적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일부 리스크 정도만 포착할 수밖에 없다. ESG 평가 기준에 장기적인 성과를 반영하려면 리스크 인텔리전스(Risk Intelligence) 관점에서 더욱 총체적인 성격을 갖출 필요가 있다.

△6월 24일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다시 한 번 자본주의의 새로운 미래가 될 ESG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월가(街)의 젊은 천재로 불리는 미국 금융 전략의 선도적 권위자. 최근 ESG를 모든 투자전략에 반영하기로 해 주목받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기관 전략가를 지낸 인물로, 2013년 미국 경제전문매체 배런즈에 기업을 위한 ‘영양 성분표(Nutrition Label)’로 통하는 ‘기업 리스크 스코어카드’(Corporate Risk Scorecard)의 창시자로도 잘 알려졌다. 리스크 인텔리전스를 생존·번영이란 키워드로 재정의하고 이를 기업·투자자가 갖춰야 할 새로운 필수 역량으로 꼽아야 한다고 주장해 각계의 관심을 받았다. 포브스가 선정한 ‘비즈니스 선구자’(Business Visionary)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캐피톨피크 자산운용사 회장이며, 수학과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모교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