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中企탐구] 중소기업의 '빅데이터' 활용은 가능한가
by김호준 기자
2020.03.07 05:00:00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전 세계 제조업은 ‘디지털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디지털화에서 핵심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최신 정보통신(IT) 기술을 사용해 제품·서비스의 생산과 공급, 마케팅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시장의 요구에 맞게 사업을 효율화하는 것이죠.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소위 ‘스마트’ 제품의 성공 여부는 이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상장된 17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데이터를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의 생산성은 일반 정보통신 기술에 투자한 기업 대비 5~6%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문제는 기업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입니다. 유럽연합(EU) 지역에서는 대기업의 33%가 빅데이터 분석을 비즈니스에 도입한 반면, 중소기업은 10% 수준대에 머무르고 있죠. 일본에서는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IoT(사물 인터넷)가 최근 경향임을 알고 있지만, 대응할 전략은 부재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중소기업의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를 가로막는 장벽은 다양하지만, 먼저 사내 전문가 인력 부족과 데이터 수집 및 저장의 한계가 꼽힙니다. 데이터 기반 설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규제가 많고, 중소기업 맞춤형 솔루션이 부족한 이유도 있죠.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기존 비즈니스 방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4년 독일 1000여 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5억 유로(약 6600억) 미만 기업 70%는 공정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로 나아가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OECD 소속 국가들은 이미 중소기업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데이터 분석 솔루션에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 직원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25개의 ‘중소기업 4.0 역량 센터’를 두고 클라우드 컴퓨팅,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중소기업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도록 개방형 데이터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로 정부가 가진 공공데이터나 과학 분야 데이터(임상 및 연구 관련)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은 광범위한 데이터 리소스와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일반 기업과 대중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중소기업이 얼마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 정부가 할 역할이겠지요. 다행히 우리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스마트제조혁신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조데이터센터 및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중소기업들은 안전하게 자신들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경영 효율화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