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복귀·사퇴 압박 속 왕성한 활동 손학규…총선까지 가나
by박경훈 기자
2020.01.26 07:30:00
"孫, 그간 갖은 수모…대표직 쉽게 내놓을 수 없다 심리"
孫, 한때 가족까지 "대표직 그만 두라" 문자 보내기도
"安 모든 것 해주겠다" 반복, 거취는 함구
"孫,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아무 조건 없이 사퇴하겠나"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1일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자체 제작한 여성정책홍보 카트로 시민들에게 차를 나눠주며 캠페인을 한 뒤 시장에서 한 상인이 건넨 전을 먹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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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바른미래당 최대 관심 중 하나는 손학규 대표의 거취다. 손 대표의 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자리 유지에 명분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손 대표 본인은 왕성하게 당내 활동을 이어가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손 대표의 거취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력에 달렸다는 시각이다.
현재 세간의 모든 관심은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 전 대표에 쏠려 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최고위원 보이콧’으로 당무 마비 상태임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손 대표는 지난 9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계획을 밝히는 등 당권 의지를 보여줬다. 기자회견에서는 정치개혁·세대교체를 강조하며 △20~40세대 50% 이상 공천 △청년 정치인 선거비용 1억원 지원 △미래세대와 연합 등을 밝혔다. 여기에 독자적인 유튜브 채널까지 만들며 당 대표를 확실하게 각인하고 있다.
그간 행보에서 보듯이 정치권에서는 일단 손 대표 사퇴보다는 유지에 힘을 쏟는다.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당을 지켰는데 쉽사리 대표직을 내려 놓을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해 4.3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에서 3.57%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민중당이 획득한 3.79%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문제는 논란 속에 손 대표가 창원에 한 달간 숙식하며 선거운동을 뛰었다는 것. 당시 당내에는 손 대표의 이같은 선거운동 방식 후폭풍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유승민계를 중심으로는 “보수표를 갉아먹는다”며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018년 9월 손 대표 취임 이후 ‘진보를 껴안을 것인가’ 논쟁이 이듬해 겨울까지 이어온 데 더해 4.3 재보궐에서 참패하자 당내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유승민계는 쉼 없이 손 대표를 공격했고, 오신환 의원은 ‘손 대표 사퇴’를 공약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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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손 대표는 기자와 만나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가족의 문자까지 보여주며 괴로움을 전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금 내가 물러나면 당은 자유한국당에 팔릴 것”이라면서 자리를 계속 지켰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권성주 현재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이 열흘간 단식에 나섰다. 결국 손 대표의 예측대로 유승민계는 당을 떠났고 한국당과 통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사이 손 대표의 염원이자 대표직의 명분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도 통과됐다.
다만 문제는 당내에 ‘손학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 최고위 마비 사태에서 보듯이 호남계는 물론 한때 측근이었던 채이배 정책위의장까지 회의에 불참 중이다. 특히 안철수계는 직간접적으로 손 대표 사퇴를 계속 압박 중이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거취에 대해서는 함구 중이다. 당권파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왔으니, 손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손 대표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차려주지 않는 행동”이라며 불만이다.
이 때문에 결국 안 전 대표와 손 대표 간 담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안 전 대표 측은 설 연휴 이후 손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손 대표를 물러나게 하려면 일정 수준의 비례대표 몫이라도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손 대표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200억원 당 재산을 두고 아무 조건 없이 사퇴하라는 말을 듣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