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vs불편함?..레깅스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by박지은 기자
2019.09.26 00:36:32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트렌드 반영
운동복으로만 입기 아까울 정도로 패셔너블

(사진=google)

최근 운동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운동이 목적인 헬스장뿐만 아니라 학교, 회사, 백화점과 같은 공공장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애슬레저 룩’이라고 칭한다. '애슬래틱 (Atheletic)' 과 '레저 (Leisure)' 의 합성어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린 레깅스가 대표적이다. 애슬레저 룩의 인기에 힘입어 20대 워킹맘이 론칭한 A사는 연매출 4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애슬레저 룩, 그게 뭔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레깅스 한 장만 입은 해외 셀럽에 대해 민망하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활동성과 편안함을 지닌 스타일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까지 받고 있다. 애슬레저 룩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운동복과 일상복을 매치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스포티 룩이 쾌활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애슬레저 룩은 가벼운 조깅, 스트레칭 등을 즐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애슬레저 룩은 시크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추구한다. 주요 아이템으로는 조거 팬츠, 어글리 슈즈, 트랙팬츠, 크롭티, 스니커즈 등이 있다. 배꼽이 보이도록 짧은 크롭티에 펑퍼짐한 트랙팬츠와 어글리슈즈를 매치함으로써 허리는 날씬하고 다리는 길어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요즘은 힐하고도 많이 매치하는 추세다.

(사진=손나은 인스타그램)

편안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많은 2,30대 여성들이 애슬레저 룩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체형이 보완되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다양한 신체 구조에 맞게 디자인도 제각기다. 뱃살, 다리, 엉덩이 등 부위마다 보완하는 디자인이 따로 있을 정도. 물론 편함을 추구하는 밀레니어 세대들의 자유분방한 마인드도 유행에 큰 기여를 했다. 올 여름엔 쿨링 효과까지 더한 제품이 출시되어 물건은 날개 돋친듯 팔렸다.



또한 ‘레깅스 여신’으로 불리는 에이핑크의 손나은을 선두로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운동하는 일상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애슬레저 룩의 인기는 치솟았다. “패션은 라이프 그 자체”라는 컨템포러리 패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셈이다. 트레이닝복의 유행은 2,30대 남성 고객들까지 사로잡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백수패션의 표본이었던 추리닝이 패션 피플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많은 의류업체에서도 세련되고 패셔너블한 트레이닝 복들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믹스매치 룩의 잇템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믹스매치 룩이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대조적 이미지를 섞어 새로운 멋을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다. 보통 아우터로 정장 차림의 깔끔한 자켓을 걸치고 편한 트레이닝복 바지를 착용한다.

레깅스 열풍은 해외에서 더 거세다. 미국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2017년 레깅스 수입량은 2억 장을 넘기며 사상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레깅스를 소비 패턴을 반영하는 물가 상승 지표에 추가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구입하는 상품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패션계를 선도하는 명품 브랜드들도 트레이닝 복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찌, 발렌티노, 발렌시아가 등 100만 원 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운동복까지 대거 등장했다.

(사진=google)

유행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이제는 다양한 스타일에 에슬레저 룩이 이용되고 있다. 트렌드가 이렇다보니 많은 여성들이 장소를 불문하고 애슬레저 룩을 찾을 정도. 대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회사와 공공장소에서까지 즐겨 입는 추세이다. 최근엔 출근할 때 입는 애슬레저 룩을 지칭하는 용어인 ‘오피스 애슬레저 룩’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복장을 보는 시선이 모두 곱지만은 않다.

직장인 김정만(50,가명)씨는 “일을 하는 회사에 운동복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복장이 예전보다 자유로워졌다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켜야할 선은 있지 않나”라며 반문했다. 직장인 이미영(34,가명)씨 역시 “본인도 평소에 애슬레저 룩을 즐겨 입지만 특정 장소에서의 운동복 착용은 지양 했으면 좋겠다. 눈을 어디에다 둬야할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반대로 대학생 이채은(24,가명)씨는 “매번 꽉끼는 청바지나 슬랙스만 입다가 애슬레저 룩을 입으니 너무 편하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사진=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