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성광 기자
2019.02.15 00:10:21
영화 ‘가버나움’, 관객들 입소문으로 10만 눈앞에 둬
관람객 평점 9.53, 관객들의 호평 이어져
난민과 불법체류자 인권에 대한 물음 던져
지난해 8월, 공사장에서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법무부의 불법 체류 단속을 피하려다 7.5m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 사고와 관련해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지난 13일 판단했다. 이어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해당 권고로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쏠린 이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10만 관객을 눈앞에 둔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영화가 있다. 바로 나디 라바키 감독의 레바논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가버나움'이 그 주인공이다.
가버나움이라는 제목은 성경에 나오는 지명으로 예수로부터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곳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생지옥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영화 ‘가버나움’은 최근 예민 난민과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 인권이 이슈가 된 한국 사회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난민과 불법체류자에 대한 불행포르노가 아닌 공감의 이야기로
영화관에서 만난 관람객 정하준(가명·28) 씨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이 이슈가 되면서 가버나움은 난민과 불법체류자, 여성착취, 아동학대에 대해 단순히 연민의 눈길로 불행포르노처럼 소비하지 않아 인상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주인공들이 연대하는 모습과 스스로 부당함을 세상에 외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레바논 소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투명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누가 이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배경인 레바논은 빈민 아이들과 난민, 불법체류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본인의 나이가 몇 살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주인공 ‘자인’은 약 12살의 어린 나이에 동생 여섯 명과 부모를 위해 주스 장사와 배달일로 하루하루를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어린 여동생이 돈 때문에 팔려가듯 시집가는 모습을 보고 가출을 결심해 방황한다. 그리고 에티오피아 출신 불법 체류자이며 한 아기의 엄마인 ‘라힐’을 만난다.
라힐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고된 노동을 하다가 적발돼 끌려가 수감되고, 아이를 빼앗길까 걱정한 라힐은 아기 ‘요나스’의 존재를 숨긴다. 자인과 요나스는 함께 배고픔과 떠돌이의 지옥을 또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스웨덴으로 망명하기 위해 본인의 서류를 찾으려고 집에 돌아와 시집간 여동생의 죽음을 알게 되고 어른인 여동생의 남편을 칼로 찌른다.
법정에 선 자인은 부모를 고소한다. 죄명은 ‘본인을 낳은 죄’였다. 자인은 그곳에서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어요, 인생이 개똥 같아서 내 신발보다 더러워요, 부모님이 아이를 더 이상 낳지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증언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인은 신분증 사진을 찍으며 비로소 미소 짓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장면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자인이 본인의 존재를 찾게 된 것이다.
높은 평점과 관객들의 호평 이어져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실제 난민들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도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오래오래 정말 오래 잊지 못할 인생영화!”와 같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기준 관람객 평점은 9.53점으로 매우 높았고, 평론가의 평점도 7.33에 이르렀다.
한 네티즌은 “자인이 요나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누군가 자신에게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최선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며 “자인이 요나스를 보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흘리는 눈물이, 여동생을 잃고 흘리는 눈물이 자기 자신에게 흘리는 눈물같았다”고 감상평을 남겨 백여 명의 네티즌의 공감을 받았다.
한편, 영화 가버나움은 아랍 여성 감독 영화 최초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또 현재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후보, 2019 골든글러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가버나움의 조용하지만 큰 울림의 행진이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