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김순구 감정평가사협회장 "불신 해소 위해 심사권한 내놓겠다"

by성문재 기자
2018.12.17 04:10:00

내년 독립기구 ''기준심사원'' 추진
''전속 심사자''가 ''전일·전수'' 심사
말 많은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
가치 정확히 평가하고 적용률 조정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감정평가와 관련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심사 업무를 전담할 외부 독립기구를 출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감정평가사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모든 평가보고서에 대해 외부 독립기구의 객관적인 심사를 받도록 해 감정평가와 관련한 불신의 고리를 끊어내려 합니다. 가칭 ‘감정평가 기준·심사원’ 출범을 위한 전담 조직을 당장 내년부터 발족시킬 겁니다.”

지난 3월 제16대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수장에 오른 김순구 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는 내년, 감정평가업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냉정한 시선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생각한 돌파구는 감정평가의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도 감정평가사들의 모든 평가보고서는 심사를 거쳐 효력을 갖는다. 김 회장은 “보상·담보·경매 등과 관련한 감정평가가 1년에 50만건 정도 이뤄진다”며 “대부분 평가사들이 소속된 감정평가법인에서 자체 심사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이거나 공적 성격이 강한 경우 협회에서 2차 심사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가액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동안 감정평가업계는 평가액을 높여서 보수를 더 받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시달려왔다. 감정평가액은 금융권 담보대출이나 법원경매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숫자다. 감정평가사들이 담보 평가한 것을 금융기관들이 자체 심사팀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하는 데 수백억원을 쓰고 있다는 사례는 감정평가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현재 협회 내에 있는 심사위원회는 30명 정도로, 위원 풀(Pool)을 두고 교대로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를 대폭 개선해 전속 심사자가 전일 전수심사하는 ‘3전(全)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은 특히 이 심사기구를 협회 밖에 설치함으로써 누가 보더라도 심사 과정이 객관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한국회계기준원이 대표적인 예다. 회계업계는 회계처리 기준의 제정을 목적으로 독립된 민간기구인 회계기준원을 만들어 회계처리 기준의 제정, 개정, 해석, 질의 회신 및 이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검사와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무자본 특수법인 금융감독원도 협회가 생각하는 기준심사원의 롤모델이다.

김 회장은 “가칭 기준심사원에서 감정평가 기준도 만들어내고 모든 평가보고서의 심사를 수행하면 부실심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 협회 예산에 반영해 기준심사원 출범을 위한 팀을 발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심사원이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감정평가업계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심사원 근무를 원한다면 평가사들도 갈 수 있도록 하지만 한번 가면 다시 감정평가업계로 돌아올 수 없게 해야 ‘짬짜미’(남모르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를 막을 수 있다”며 “금감원 간부가 재취업시 취업 심사를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올 한해 부동산 분야의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와 관련해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기관인 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땅의 가치는 정확히 평가하고 행정 목적에 따라 적용률을 조정하는 것이 제도 개선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지난 1988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지가(땅값)체계는 건설부의 기준지가(보상), 내무부의 시가표준액(지방세), 국세청의 기준시가(국세) 등 3가지가 혼재돼 있었다. 정부는 이처럼 다원화된 지가체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1989년 공시지가 제도와 감정평가사 제도를 도입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잘 해보자고 감정평가사 제도를 만들어 평가를 맡긴건데, 애초에 기준시가가 워낙 낮은 상황에서 기존 과표기준과의 연속성 때문에 현실화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문제를 낳았다”며 공시지가와 행정 활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부담이나 건강보험료 증가, 기초연금 등 사회보호제도 탈락 등의 부작용 때문에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가 정확히 평가해 고시하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각종 부담금 등 60여개의 행정 목적으로 활용할 때는 상황에 따라 적용률을 달리하는 방식을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는 시세에 버금가는 수준에서 고시를 하되 차상위계층을 구분할 때는 공시지가의 40%를 반영해 기준으로 삼는다든지, 세금을 매길 때는 공시지가의 80%를 적용해 과세표준을 구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평가사들이 맡아서 평가하고 있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정확히 평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공시지가 업무에 투입된 감정평가사들이 지자체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공시지가가 급격히 변동할 경우 지방세인 재산세가 요동칠 수 있고 건강보험료나 기초연금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자체는 공시지가 평가에 예민하다.

김 회장은 “해외 과세기관에서 근무하다 온 유학파 평가사들에게 미국·영국·독일·호주·일본·캐나다 등 해외 과세 기준에 대한 보고서를 받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현재 우리나라 공시지가와 시세와의 차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역별로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시세는 어떻게 정확히 분석해낼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는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2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낮은 현실화율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공시지가 현실화율 제고는 물론, 유형·지역간 형평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오는 19일 이행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1959년생 △충북대 건축공학과 졸업 △서강대 경제대학원 석사(부동산경제학) △수원대 대학원 박사과정(도시부동산학) △감정평가사(11기) △한국감정원 노동조합위원장 △대화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 △현 16대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