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덕 기자
2018.08.17 05:00:00
맞벌이 부부 세전 소득 월 500만원
혼인 7년 이내 자녀 있어야 지원 등
까다로운 조건에 계약률 25% 그쳐
"도입취지 맞게 소득기준 등 손봐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주거 취약계층인 무주택 신혼부부를 돕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장기안심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혜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한 개인소득 기준이 너무 낮은 데다 전·월세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한 대출 기준으로 지원 대상 주택을 찾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녀 유무 및 주택청약종합저축 의무 가입 기간 등 세부 요건을 모두 통과하기도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어서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신혼부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신혼부부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소득 및 지원 기준 등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2012년 도입한 장기안심주택은 무주택 서민에게 전·월세 보증금의 30%, 최대 4500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관련 지침을 개정해 올 4월부터 기존 최장 6년이던 무이자 보증금 지원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세부 기준을 완화했다. 전체 모집 가구 중 신혼부부를 위한 공급 비중을 20%에서 40%로 늘리고, 지원 금액도 4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혜택을 확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는 신혼부부는 많지 않다. 소득 등 자격 기준 자체가 까다로워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신혼부부의 장기안심주택 신청 소득기준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의 100%다. 이 조건대로라면 세전 기준으로 3인 이하 가구 500만2590원, 4·5인가구는 584만6903원 이하다. 만약 맞벌이 부부가 세전으로 각각 월 평균 250만 이상씩을 벌면 지원 자격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소득 기준을 간신히 맞췄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혼인 기간 7년 이내에 출산한 자녀(임신 포함)가 있어야 한다. 또 주택청약 저축에 가입해 6개월 이상 경과하고, 6회 이상 납입해야 한다. 소유 부동산(토지·건물)은 2억900만원 이하, 자동차는 현재 가치 2545만원 이하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런 조건에 단 하나라도 부합하지 않은 신혼부부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결혼 5년차 이모씨는 “분양 시장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인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30%(3인 이하 650만원·4인가구 7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소득 기준 자체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며 “자녀가 없으면 지원을 못 받는 데다 자동차값까지 따지니 도대체 누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겠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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