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서 즐기는 오페라·록·재즈, 생생 그 자체
by이정현 기자
2018.03.01 05:30:00
장르 한계 극복한 대학로 뮤지컬
캐주얼 콘셉트로 들을거리 풍성하게
음향시설 아쉽지만 생생함이 강점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공연도 보고 고품격 음악도 듣고.”
대학로 뮤지컬은 대형 뮤지컬과 비교해 ‘들을 거리’가 부족하다는 편견은 잠시 미뤄도 좋을 듯하다. 록과 재즈를 비롯해 대학로에 없었던 오페라를 캐주얼하게 활용한 중소 규모의 뮤지컬이 등장했다. 대극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웅장한 음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각 음악 장르의 특징을 살리며 관객을 유혹한다.
◇중소극장에서 보는 오페라 ‘볼만하네’
대학로 뮤지컬은 대형뮤지컬과 비교해 규모가 작아 피아노 등에 의존해 단순한 선율의 넘버를 구성했다. 최근 들어서는 높아진 관객의 눈을 고려해 화려한 음악 구성을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지난달 2일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트라비아타’는 캐주얼 오페라를 지향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각색해 연극 무대에서 올린다. 사교계의 꽃이었던 비올레타가 죽은 후 그의 물건들이 경매에 붙여지고 알프레도와의 사랑이야기를 유품으로 풀어가는 액자식 구성이다. 오페라와 연극을 번갈아 보는 듯하다. 소프라노 강가연 김민주, 성악과를 나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구원모 등이 출연해 ‘축배의 노래’ ‘아! 그이였던가’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등을 부른다.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네 번째 공연을 맞아 4인조 라이브 밴드를 무대 위로 올렸다. 지난달 24일 개막했다. 자신을 비하하며 죽으려 했던 록커 강구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해기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지난해 5월 개막해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뮤지컬 ‘올 댓 재즈’에서는 재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세계적인 안무가 밥 포시 스타일이 담겨있는 화려하고 섹시한 춤과 함께 재구성했다.
◇규모는 작아도.. 열정은 무한대
대학로에는 연극을 기초로 만든 중·소극장이 많아 오페라 등 전문적인 음악극을 선보이기에 다소 부적합하다. 객석의 구조가 음악을 듣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음향시설도 전용극장에 비할바가 아니다. 하지만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극장에서는 오페라글라스를 챙겨야 겨우 볼 수 있는 배우들의 표정연기를 중소극장에서는 어느 자리에서나 볼 수 있다.
“MR 대신 라이브밴드와 함께하면서 록 가수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강해지고 극의 개연성이 높아지는 등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아졌다.” ‘마이 버킷 리스트’의 김현우 연출은 공연을 앞두고 라이브 밴드와 함께하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살아 있는 음악으로 연기할 수 있어 감정이입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공간과 비용의 문제가 따르지만 해볼 만한 시도였다는 평가다.
‘라트라비아타’에 참여한 오페라 연출가 이성경은 공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연극과의 컬레버레이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는 “19세기에 나왔던 오페라를 현대인에게 똑같이 전달하기보다 새롭게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로 만들었다”며 “음향장비 등에서 한계가 있지만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