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3천억 베팅‥더케이트윈타워 투자 대박낼까

by장순원 기자
2018.02.20 06:00:00

약 3100원 투입해 지분 총액 인수
기관투자자 대상 셀다운 절차 시작
건물 수익성 탁월‥기관 투자자 군침

서울 종로구 중학동 소재 오피스 빌딩인 더케이트윈타워. 연면적 83,819㎡ (25,355평, B6/F16). 출처:베스타스자산운용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KB증권이 국내 오피스 빌딩 가운데 단위 면적당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삼성SRA자산운용(이하 삼성운용)이 매입한 더케이트윈타워 인수대금 7100억원 가운데 약 3100억원을 제공했다. 삼성운용은 인수 대금의 절반가량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에서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 37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KB증권에서 끌어온 셈이다. 삼성SRA운용이 인수협상을 벌였는데 KB금융이 지분가치의 대부분을 인수하면서 잠시나마 건물 주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인수구조를 짠 것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홍콩계 투자회사 림 어드바이저스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한 달 내 거래를 마치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펀드를 포함한 부동산 큰손들도 가격이 수천억원이 넘는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를 할 때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다 쓴다. 그런데 이런 기관들은 내부 심의절차가 복잡해 우협 대상으로 선정된 지 한 달 이내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KKR 등은 한 달 내 매수 자금을 확실하게 지불할 거래 구조를 원했고, 삼성SRA 측은 거금을 투자하면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KB증권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KB증권으로서는 총액인수한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기고, 삼성운용은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먹는 그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3000억원을 조달하려면 여러 기관이 필요한데, 1개월 내 투자를 승인하고 자금을 집행할 기관은 없다”면서 “더케이트윈타워 우협 선정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게 이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현재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Sell Down·재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 금액의 약 2% 안팎의 정액 수수료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자금을 통해 투자한데다 다른 투자자에게 재매각할 때 정액 수수료를 받는 만큼 빨리 팔면 수익이 커지는 구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케이트윈타워는 입지가 좋고 안정적인 세입자를 많이 확보해 국내 기관들이 적극 투자하려는 분위기다.

국내 한 공제회 관계자는 “시내 한복판 위치한 대형건물 중에 그만한 입지는 많지않다”면서 “안정적 수익이 가능해 투자하려는 곳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도 “셀다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장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지분을 일부 들고 있어도 배당수익을 얻을 수 만큼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재매각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준공된 더케이트윈타워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쌍둥이 빌딩이다. 지하 6층~지상 16층으로 구성돼 있다. 연 면적 8만 3878㎡ 규모다. 주변에 경복궁과 주한미국대사관, 일본대사관 등이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우리카드, 케이뱅크, 매일유업 등의 본사가 입주해 공실률은 10% 미만이다. 2014년 KKR와 홍콩계 투자회사 림어드바이저스가 평당 약 2000만원, 총 5000억원에 샀다가 최근 3.3㎡(평)당 2810만원에 삼성SRA자산운용에 되팔며 단위면적당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