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전산미비에 해킹까지'…법정으로 가는 가상화폐

by권오석 기자
2018.01.29 05:00:00

빗썸·마이닝맥스·유빗 등 피해자 소송·집회 잇따라
법규는 커녕 판례도 없어 피해 배상 쉽지 않아

빗썸1112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NGO국민 통합 안전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빗썸(비씨티코리아닷컴)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원금 전부를 받게 되면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피해 보상을 받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가상화폐(암호화폐)사기나 거래소 전산마비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고소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는 한편 집회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관심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상화폐 범죄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관련 법규는 미비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인 ‘마이닝맥스’ 관련 피해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피해 구제를 위한 정식 재판에 들어갔다. 마이닝맥스 계열사 임직원 등은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가상화폐 ‘이더리움’ 생성이 가능한 채굴기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2700억원 정도를 빼돌린 혐의(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최호영)는 이들 임직원 및 최상위 투자자 등 11명을 지난해 구속기소했으며 피의자들은 첫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국내 1만 4000여명, 미국·일본·중국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자가 1만 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닝맥스 사태 피해자연대’는 27일 서울역광장에 모여 마이닝맥스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 회견과 집회를 개최한다.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마이닝맥스 측은) 피해자들이 구매한 2만여대의 채굴기를 돌려주지 않고 있고 채굴된 이더리움 역시 지속적으로 임의 처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7일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빗썸112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울중앙지법에 피해자들의 3차 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 중이다. 빗썸 피해자 800여 명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법에 1·2차 소장을 접수했다. 3차 소장을 접수하는 피해자는 700여명이다.

대책위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빗썸(비씨티코리아닷컴) 본사 앞 항의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빗썸에서는 지난해 11월 12일 서버 과부하로 거래가 일시 중단돼 당시 제때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해킹사태로 파산을 선언한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해킹사고 관련 피해자 50여명도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유빗은 지난해 4월·12월 두 차례에 걸쳐 해킹을 당해 코인 손실(전체 자산 중 17% 상당)을 입고 파산을 선언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달 초 유빗 대표와 임원들을 배임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상화폐 관련 법규는 물론 판례도 거의 없어 가상화폐의 재산권 인정여부 조차 전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소송을 진행하면 기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전액을 보상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도 아직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일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앞으로 피해와 분쟁은 더 잦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형사가 아닌 민사상 소를 제기할 때엔 피해자가 일일이 사기를 입증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며 “사기를 입증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하더라도 가상화폐 시세가 워낙 변동이 커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 피해자들의 집단 행동 등 과열 양상을 제어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