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남성 맞춤 시장 뜬다

by염지현 기자
2016.02.29 06:00:00

중장년층 중심이었던 소비자..'30대 직장인男' 재편
스타트업 50억 투자 유치..패션기업도 맞춤 매장내
불황에도 가치소비, DIY 열풍 등과 맞물려 소비↑

신원이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알바자’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맞춤 전문 매장을 열고, 이탈리아에서 연수받은 전문 재단사를 상주시키고 있다.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최근 비스포크(bespoke), 즉 맞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제품을 선호하는 가치 소비, DIY(Do It Yourself) 열풍 등에 힘입어 나만의 정장, 구두를 맞추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그것도 여성이 아닌 남성, 중장년층이 아닌 30대 젊은 남성이 시장을 주도하자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이 분야를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직접 스타일리스트가 찾아가서 사이즈를 재고, 옷을 재단해주는 남성 맞춤 정장 전문 브랜드 ‘스트라입스’는 지난 2013년 론칭 이후 3년 동안 매 분기 50%씩 성장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거점 도시에만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를 올해 중소도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진출한데 이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에 패스트트랙아시아를 비롯해 현대기술투자, SK플래닛으로부터 총 50억원을 유치했다.

스트라입스 마케팅팀 관계자는 “주 고객은 일에 바쁜 30대로 주로 여의도, 강남, 테헤란 등을 찾아가 맞춤 서비스를 진행한다”며 “소비자가 직접 단추, 옷깃 스타일, 셔츠 핏 등을 모두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1년 안으로 재구매하는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스트라입스는 기존 셔츠, 정장, 코트에 국한됐던 품목을 캐주얼 정장, 액세서리로 늘릴
금강제화가 운영하는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에서도 비스포크 서비스가 누적 100건을 넘어섰다.
계획이다.

스트라입스는 IT와 SNS에 예민한 젊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온라인몰이나 페이스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IT 출신인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는 4만명이 넘는 고객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뉴핏’을 개발했다. 고객의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가장 최적화된 ‘핏‘을 찾아주는 사이즈 가이드 라인 시스템으로 향후 SK플래닛의 시럽 오더, 11번가에서 이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이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맞춤 전문 매장을 열었다. 정두영 반하트 디 알바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영화 ‘킹스맨’을 보고 맞춤옷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남성 직장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고객이 30대”라며 “로로피아나, 아리스톤, 카치오폴리니 등의 이탈리아 원단 등 세부사항을 직접 고를 수 있고, 체형이 바뀌면 언제든지 옷을 변형시켜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신원은 세계적인 남성복 ‘브리오니’ 이탈리아 본사에 재단사들을 보내 연수시키고, 맞춤옷만 만드는 인력을 4명으로 늘렸다.

금강제화에서 운영하는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에서도 비스포크 서비스가 누적 100건을 넘었다. 지난 2011년 11건 밖에 되지않았던 주문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결과다. 헤리티지 비스포크 서비스는 역시 고객이 지정한 곳으로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다. 15곳의 사이즈를 직접 재고, 걷는 습관, 생활 패턴까지 분석해준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30종 이상의 스타일과 가죽 종류를 직접 골라 세상에서 하나뿐인 맞춤 구두를 만들 수 있다”며 “가격은 100만원대 안팎으로 좀 비싸지만 한번 제작 구두를 신어보면 다른 제품에선 느낄 수 없을 만큼 구두가 편하기 때문에 기성화로 잘 돌아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가치소비족’과 DIY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맞춤 시장이 뜨고 있다”며 “게다가 젊은 남성들이 외모에 투자하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과감해지면서 30대 남성 직장인들이 패션,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