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X파일]③벤처 성공신화 다른 처세술

by김현아 기자
2015.08.21 00:40:21

잡스·저커버그·페이지.. 외국선 광폭행보
권혁빈·김정주·김범수, 이해진.. 한국선 비밀행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스티브 잡스는 고인이 됐지만 3년 연속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한국대학생신문 전국대학생의식조사 2011년~2013년)로 꼽혔다. 야후의 공동 창업자이자 중국 알리바바의 2대주주인 제리양 등에서 330억원 투자를 받은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마크 주커버그가 우리 시대 대통령”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이폰 신제품 발표나 구글 지주회사(알파벳) 전환 결정 등이 있을 때 직접 제품에 담긴 철학과 회사의 미래를 소통한 덕분이다. 창조경제를 아젠다로 삼은 정부도 지난해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주커버그 등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벤처 1세대인 인터넷 창업가(오너)들은 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얼마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IT 분야 100대 부자’에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34억달러, 60위)와 김정주 NXC 회장(27억달러, 79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23억달러, 92위) 등은 미지의 인물에 가깝다. 극도로 외부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국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만 해도 17개 중 15개는 소위 대기업들이 지원했고, 네이버(035420)와 다음카카오(035720)가 각각 강원과 제주를 지원했을 뿐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통시장 지원 앱의 기능을 직접 설명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강원 혁신센터 출범 때 대통령과 장관 뒤에서 조용히 참관만 했다. 70대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창조경제 현안들을 챙기는 것과 온도 차가 난다.

7월 26일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시 동문로 동문시장 떡집을 방문해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ICT기술을 활용한 전통시장 지원 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좌)과 5월 11일 강원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한종호 강원센터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최양희 미래부 장관 뒷 쪽에 앉아서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터넷기업 오너들은 주로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외골수형에 샤이(shy)한 성격이 많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중 앞에 나서도 도움 되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처럼 회사 이미지가 주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말 실수라도 하면 금방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장할만큼 했고 성장 과정에서 정부에 빚(?)이 있는 대기업 오너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가는 기대감이고 매출은 그것을 실현한 부분인데 인터넷기업들은 매출면에서는 대기업 수준으로 아직 못 같다”면서 “대중이 로또 당첨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어 감각적으로 은둔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싫어하는 일이 아니라면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쪽으로 사회와 더 많은 관계를 가질 필요는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