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칼럼] 임신하면 칫솔질 더 해야하는 이유는
by이순용 기자
2014.12.18 05:46:22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아기를 낳을 때 이를 악무느라 잇몸이 다 망가진다.”
어르신들이 출산을 앞둔 딸이나 며느리에게 걱정스런 마음으로 이런 말씀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실제로 임신 기간 동안 잇몸 건강이 실제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악무는 것이 정확한 원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임신 중의 잇몸 건강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런 잔소리를 굳이 말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간혹 여기서 한 술 더 떠 “이를 악물어서 잇몸이 다 들떠 있기 때문에 산후조리 기간 동안에는 절대로 이를 닦아선 안된다!”며 잇솔질을 못하도록 강력히 경고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치과의사로서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임신 중에는 잇몸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 분비의 변화 때문에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잇몸병(치주염)은 입속의 치태와 치석에 번식하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염증이므로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잇몸병의 증상도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임신 중의 생활 습관도 잇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임신부들은 대게 입덧 때문에 잇솔질을 어금니 부위까지 깊숙이 하지 못한다. 또 무척 졸리기 때문에 음식 섭취 후 휴식을 하다 미쳐 잇솔질을 못하고 잠드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습관으로 입 속에 음식 찌꺼기가 오랫동안 방치되면 당연히 잇몸 건강도 나빠진다.
따라서 임신부들은 다음과 같은 구강 건강 관리 수칙을 잘 지킬 필요가 있다.
1. 매 식사 및 간식 섭취 후, 그리고 수면 직전 꼼꼼하게 잇솔질을 한다.
2. 임신 기간 동안 2~3개월 마다 치과를 방문하여 치석을 제거하고 잇솔질 교육을 받는다.
3. 취침 전 반드시 치실을 사용하여 치아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한다.
4. 입덧으로 구토를 한 경우 입 속의 위산을 물로 깨끗이 행궈내 치아의 부식을 예방한다.
위와 같이 예방에 신경쓰더라도 임신 기간 중 잇몸병을 비롯한 구강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임신 기간을 고려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임신 기간이라 하더라도 구강 질환이 발생하면 기간에 상관없이 제 때에 치료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임신 초기는 태아의 각종 장기가 발생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임신 말기는 출산이 임박해 임신부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되는 기간이다. 따라서 보통 임신 중기(임신 4~7개월 정도)에 치과 치료를 받도록 권한다. 물론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든가 하는 이유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다면 의료진의 세심한 주의 아래 얼마든지 임신기간에 관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산후 조리 기간 동안에는 잇솔질을 하면 안된다”는 속설은 옳은 것일까?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잇몸병이 심해지는 것은 면역력 저하와 나쁜 생활 습관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뼈가 약해지거나 출산하면서 이를 악물어서가 아니다. 따라서 더욱 더 꼼꼼하게 잇솔질을 해야 면역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잇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간혹 산후 조리 기간 뿐 아니라 임신 기간 내내 잇솔질을 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주변에서 반드시 올바른 내용을 알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