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의 방산비리 감사에 주목한다

by논설 위원
2014.11.03 06:00:00

감사원이 그동안 이뤄져 온 우리 육·해·공군의 각종 무기체계 연구개발과 관련한 방산비리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국방부는 물론이고 방위사업청과 그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감사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야심작으로 개발했다는 K-11 복합소총의 공중 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터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는가 하면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보급한 방탄복도 북한군의 AK-74 소총에 뚫리는 등 결함이 연달아 지적됨으로써 감사 착수는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더욱이 1600억원을 들여 해난 구조용으로 건조한 통영함이 2년 전에 완성되고도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성능평가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구닥다리 음파탐지기를 부착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런 식으로 무기개발에 관련된 책임자들과 방산업체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 것이 한두 경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 기능이 수시로 정지됐던 광개토대왕함이나 어뢰 기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버린 율곡이이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이미 건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는 더욱 대비를 이룬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해체해 다시 설계하는 방법으로 최근 진수했다는 내용이다. 남북 당국 간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접촉이 꾸준히 추진되는 가운데서도 군비 경쟁이 물밑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리가 군사장비 연구개발에서 드러난 허점을 막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무기체계에서도 북한에 열세를 보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한 만큼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조만간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사업청을 중심으로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뒷거래 유착 관행의 뿌리를 철저하게 캐냄으로써 원점에서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쇄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대로 방산·군납 비리는 명백한 이적행위에 해당된다. 국민의 세금을 이적행위에 쓰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