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류]해외서 성장동력 찾기..보험사 '여러우물'판다

by신상건 기자
2014.06.25 06:00:0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보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험사들은 해외 지점이나 현지 법인 설립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우량한 해외 보험사 지분 인수 등으로 해외진출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먼저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088350)의 해외진출이 눈에 띈다. 한화생명은 국내 생보사 최초로 지난 2009년 4월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을 시작으로 지난 2012년 12월 중국,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영업을 개시했다.

현재 생보사 중에서 가장 많은 3개의 해외 국가에서 보험영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국내 생보사 단독으로 지분 100%를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물티코라는 보험사를 인수했다.

생보 1위사인 삼성생명(032830)은 1994년 2월 영국 런던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총 14개국에서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에 태국합작법인 ’타이삼성‘을 설립했고, 2005년에는 중국의 중항그룹과 합작한 ’중항삼성‘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중 동부화재(005830)는 국내 보험사 최초로 중국시장에 지분투자 형태로 진출했다. 지난해 4월 안청손보사의 지분 15.01%를 인수했다. 메리츠화재(000060)는 인도네시아에 메리츠코린도보험을 설립해 재물·해상·재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

메리츠코린도보험은 현지 기업인 코린도 그룹과 합자해 만들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003690)는 싱가포르와 뉴욕, 런던, 홍콩, 두바이, 베이징, 도쿄 등 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현지법인과 지점 등을 통한 보험영업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운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해상(001450).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영국 런던지역 227억원, 독일 푸랑크푸르트 438억원, 미국 시카고 지역에 406억원 등 모두 13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화재(000810)는 런던 시티권역에 252억원, LIG손해보험(002550)은 독일과 영국에 377억원을 투자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중국 베이징의 핵심 상업지역인 차오양취에 부동산을 매입해 지상 57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구축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월 영국 런던의 로프메이커플레이스 빌딩에 2600억원을, 교보생명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갈릴레오 오피스 빌딩 등에 438억원을 투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해외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다른 보험사도 이러한 추세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까지 보험사들은 주로 해외에서 주재원 등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지만,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동부화재는 미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해 하와이에서 외자계 보험사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대해상도 미국, 일본, 중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 미들마켓(중견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보험사도 등장했다. 삼성화재는 미국시장에서 미들마켓(중견기업 시장) 중심의 B2B사업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대기업은 미국의 대형 보험사가 선점했고 진입비용이 큰데다 소기업은 위험이 커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삼성화재의 설명이다. 미들마켓은 종업원 50명 이상 1000명 이하 매출액 4000만달러 이상의 기업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중견기업 시장을 의미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해외 매출이 보험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에 그치는 등 갈 길이 먼 상태다. 해외진출이 현지 문화의 이해, 법적 규제 문턱 넘기 등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보험사들은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AXA의 경우 프랑스 지방 상호 생명보험사에 불과했지만, 최고경영자(CEO)가 25년간 비전을 갖고 투명하게 경영하면서 세계 최고의 보험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 부실장은 “해외진출의 경우 진출이 가능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구분할 수 있다”며 “진출이 가능한 회사의 경우 조직 개편이나 시스템 개발을 통해 세계 금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은 회사의 경우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춰 고령화 상품 등 시장에 특화된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