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무지방. 저지방 우유, 여성 관절염 진행 늦춘다

by이순용 기자
2014.05.08 06:05:35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대표 원장]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관절염에 좋은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두 개의 전문의를 취득하고 10년 이상 관절 환자를 진료하면서 수많은 의학서적과 논문을 읽어왔지만, 관절에 좋은 음식에 대한 신뢰할만한 내용을 접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반면 민간에서는 관절염에 좋다는 음식에 대한 속설이 많다. 가시오가피나 엄나무를 달여 먹으면 관절에 좋다는 내용은 많이 알려진 것이다. 또 도가니탕을 먹으면 연골 재생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고, 심지어 고양이를 삶아 먹으면 관절에 좋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도 있다.

또 인터넷에서는 관절염에 좋은 음식으로 등푸른 생선,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올리브 오일 등이 소개돼 있다. 글루코사민과 키토산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관절 건강에 좋다는 광고도 자주 볼 수 있다.

고양이를 먹는 엽기적인 행동만 아니라면, 사실 위의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들은 관절에 조금씩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에 든 항산화 또는 항염증 성분이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을 호전시켜 통증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음식이 관절염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이 때문에 ‘관절염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런데 최근 관절염에 대해 눈길을 끄는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 및 하버드 의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무(無)지방 또는 저지방 우유를 마시면 여성들의 골관절염 진행을 늦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2148명을 대상으로 우유를 마시지 않는 그룹, 3잔 이하, 4~6잔, 7잔 이상 마시는 그룹 등으로 나눠 12~48개월간 관찰한 결과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무릎 관절 공간이 더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골관절염 진행 속도가 더 늦어진 것이 확인됐다. 이 효과는 체질량지수(BMI), 식습관 등 다른 변수들을 통제해도 나타났다. 다만 효과가 여성에게만 해당됐고, 남성은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우유가 뼈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런데 뼈와 연골은 붙어있기는 하지만, 모양이나 기능이 많이 다르다. 골관절염은 연골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그동안 연골을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이 있는 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는 드물다. 필자는 이미 관절염 환자들에게 ‘무지방 또는 저지방 우유를 드시라’고 권해오고 있다.

관절염 치료는 쉽지 않다. 주사나 약물도 염증이나 통증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을 뿐, 닳아버린 연골을 재생시키는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먹는 음식이나 약물만으로 닳은 연골이나 뼈를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유는 관절에 좋다고 소문난 다른 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보다 값이 저렴하고 좋은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 하루 1~2잔씩 무(저)지방 우유를 마시고, 시간 날 때마다 걷자. 100세까지 사는 데 좋은 투자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대표 원장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대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