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적 테이퍼링"..연준, 신중한 출구전략 첫발

by이정훈 기자
2013.12.19 05:45:50

"100억불 QE축소..비둘기파 발언-가이던스로 상쇄"
"테이퍼링-금리인상 더딜듯".."긴축방향은 불변"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아주 비둘기파(온건파)적인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이라고 말하고 싶다.”

1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따른 자산매입 규모는 매달 8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줄인 750억달러로 낮추는 조치를 취한데 대해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전략 헤드는 이같이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은 이런 테이퍼링의 시작이 앞으로 연준이 통화부양기조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으로 받아들여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실업률이 6.5%를 웃돌고 향후 1~2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2.5%를 넘어서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한 마디로 “이날 결정은 우리의 통화부양기조를 축소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향 조정된) 인플레이션 전망은 연준이 통화부양기조를 앞으로 지속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될 것이며 실업률이 6.5%까지 하락할 때까지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부진하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우리 목표인 2%에 근접해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수준에서 계속 머물러 있지 않도록 행동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가능한 모든 대책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스킨 헤드는 “연준이 100억달러 어치 자산매입 규모를 줄였지만,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성명서나 금리 전망에 나타난 포워드 가이던스 등을 통해 충격을 상쇄시켰다”며 “이는 오히려 시장이나 경제에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연준의 부양기조가 이어질 것인 만큼 양적완화 규모 축소나 기준금리 인상은 아주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캇 클레먼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자산운용 스트래티지스트는 “연준은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도 아주 신중한 표현들을 골라 사용했다”며 “이는 지속적으로 경제를 부양하고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연준의 테이퍼링 행보는 내년 하반기초까지 아주 더디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도 최소한 2014년말까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연준이 공개한 FOMC 정책위원들의 개별 금리 전망에 따르면 지난 10월과 같은 12명의 위원들이 2015년에 첫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한 반면 3명은 2016년에 인상을 예상했다. 2016년에 인상을 전망한 위원은 종전 2명에서 1명 더 늘었다. 반면 내년 인상을 점친 위원은 종전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또 위원들이 제시한 2016년말 적정 기준금리 평균은 1.75%로, 종전의 2.0%보다 0.25%포인트 낮췄다.

다만 연준이 긴축쪽으로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이같은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 러프키 도쿄미쓰비시UFJ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출구전략이 이제 시작됐다”며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뀐 셈인데, 연준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역사적으로 한 번 나간 방향은 쉽사리 뒤집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는 연준이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인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연준도 기존 부양기조는 이어가겠지만, 새로운 부양책 도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버냉키 의장은 “아주 단기적으로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제시했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할 가능성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테이퍼링과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가 병행될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아울러 “우리는 영란은행과 같은 대출 펀딩(Funding for Lending) 지원제도를 거부했다”며 “현재 미국에서는 더이상 타이트한 대출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