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지현 기자
2013.08.12 06:00:27
예측량의 0.5%만 생산..사업성 저하가 원인
공기업 해외사업 본격 정리 신호탄 될 듯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9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예멘 4광구 탐사·개발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최종 결론낸 것으로 밝혀졌다. 예상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공사측 설명이지만, 국민들의 혈세를 갖고 헛돈을 썼다는 비난에서 비켜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무분별한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정리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번 석유공사의 예멘 사업 철수가 저효율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 회사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예멘 4광구 탐사 및 개발 사업 철수 안건을 의결했다. 예멘 4광구 개발사업은 지난 2007년 7월 석유공사가 현대중공업(009540) 한화(000880)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든 사업이다. 6년여 동안 총 투자금액만 8153만달러(약 906억원)에 이른다.
당초 석유공사는 이곳의 석유 매장량이 3500만배럴에 달하고, 하루 1만 8412배럴씩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3500만 배럴은 우리나라의 1일 석유 소비량(약 215만배럴)을 감안했을 때 16일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예멘 4광구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02배럴에 그쳤다. 이는 당초 예측량의 0.5% 수준이다. 생산량이 늘지 않자 석유공사는 최근 예멘4광구에 대한 재탐사를 실시하고, 결국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현재 이 광구의 지분은 석유공사가 28.5%, 현대중공업과 한화가 각각 14.25%와 4.7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예멘석유공사(YICOM)가 확보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우선 예멘 4광구 운영을 위해 설립한 현지법인(KNOC Yemen Ltd)을 청산하고 운영권을 예멘석유공사에 반납할 계획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번 석유공사의 예멘사업 철수가 해외자원개발사업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에너지공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은 상태. 최근 감사원 발표를 보면 2007~2011년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036460), 광물자원공사 등 3곳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규모는 21조3000억원에 이른다.
우선 산업부는 민·관합동에너지공기업 재무개선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사업을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한 사업, 노후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 사업, 재무구조에 영향 미치는 대형 투자 사업 등으로 분류해 해당 기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TF팀이 계속 에너지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도 회의에 참석하고 있어 논의된 내용이 반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