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날라"‥대형 건설사 잇단 재건축 수주 포기

by김동욱 기자
2013.07.16 07:00:00

수주액 기준 전년대비 73% 급감‥현대·삼성·대림 실적 ''제로''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시공 순위 1위인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재개발·재건축 수주시장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 내부적으로 실적보다는 철저히 사업 안정성에 무게를 두기로 경영 방침을 정하면서 과거처럼 무리하게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은 수주한 지 꽤 됐는데도 사업성에 대한 조합원과의 이견으로 아직 사업 일정을 잡지 못한 곳도 있다”며 “수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 실적이 초라하기만 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에 나온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건설사들 역시 안전한 사업장만 선별해 입찰에 나서는 등 극도로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 순위 9위권 대형 건설사는 올해 상반기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9건의 사업을 따내 총 1조6789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2901억원(35건)보다 수주액 기준 73% 급감한 것이다. 특히 대형사 가운데 현대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은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제로다. 그나마 대우건설이 올해 상반기 5710억원치의 일감을 따내 대형사 중에서는 선방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3424억원(7건)과 비교하면 실적은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갈 길 바쁜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되도록이면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며 “시공사 선정 실패로 사업 지연은 물론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빚어질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형사들은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 부문에서 매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물량보다는 사업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 강남권조차 분양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처럼 조합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사업을 따내야겠다는 인식이 상당히 약해졌다.

통상 재건축 조합은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분양에 대한 책임 일부를 시공사에 떠넘기는 확정지분제 방식을 고수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건설사가 이 같은 큰 짐을 떠안으면서 참여할 유인은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두 차례의 유찰 끝에 이달 7일 시공사 선정(현대·대우·SK건설 컨소시엄)에 성공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공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재건축 사업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 사업장은 사업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해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았지만 조합이 확정지분제 방식을 고수하면서 번번이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의 개입으로 사업구조가 시공사는 공사비만 가져가는 도급방식으로 바뀌면서 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에서도 확정지분제에 따른 책임 분담을 두고 갈등이 커져 사업이 중단된 곳도 꽤 된다”며 “이번 고덕2단지를 계기로 도급제 방식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각 사 취합 (단위 :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