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금융'도 관치금융도 안된다

by논설 위원
2013.03.06 07:00:00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최근 “공적자금 투입 이후 우리금융이 주인 없는 기업이 되면서 영업 역량이 떨어지고 금융인들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는 것이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가 되는 것”이라며 최근 금융권의 ‘정치금융’ 행태를 직접 공격했다. 관치보다 못한 것이 정치권의 개입이고 정치권에 줄을 대 승진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발언은 일차적으로 신후보자가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직접 추진한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무산된 과정에 대한 비판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그의 발언이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의 공통된 행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금융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면서 실물경제 못지 않게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의 하나여야 한다.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것이 금융계 현실이다. 한국의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국제시장에서 선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세계 10대 무역국의 위상과도 어울리지 않게 국내 금융계는 낙후되어 있는 것이다. 그 원인중의 하나는 금융계가 ‘정치화’되어 있는 탓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금융회사 임원이 되려면 정치권이 밀어주거나 회장과 연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돌 정도다. 그래서 인사때 이런 저런 말이 나오니 임원 구성에서 학교와 지역 안배까지 고려 대상이 되어온 것이다.

이런 폐해는 특히 이명박 전 정권에서 두드러졌다. 이른바 ‘4대 천왕’ 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대통령이 금융계에 자기 사람을 심어 정치판으로 만든 것이다. 과거 다른 정권에서도 은행장의 경우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긴 했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금융계의 정치화를 초래한 것은 명백히 이 전 대통령의 잘못이었다. 그러니 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지겠는가.

금융의 정치화를 비판한 신 후보자의 발언은 앞으로 금융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신호이지만 그렇다고 관치도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회사 자리를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여겨 정치권 낙하산을 소화하겠다는 생각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행여 품어선 안된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콩놔라, 배놔라고 하지 않은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정치권의 압력을 막아 전문성있는 금융인이 대접받고 우대받는 금융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