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 `연준? 속내는 실적이다`

by이정훈 기자
2012.07.13 05:54:44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주식시장은 분명 과매도 국면이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지수가 하락할 때 보였듯이 시장 참가자들은 지수가 떨어져도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이클 제임스 웨드부시증권 주식트레이딩 이사는 시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주식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시점이 됐는데도 적극적인 매수 주체가 눈에 띄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이유를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너무 큰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임스 이사의 말처럼 분명 뉴욕증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벌써 엿새째 하락세다. 장중 왠만한 호재에도 지수는 꿈쩍하지 않는다. 틀어져도 뭔가 단단히 틀어진 듯하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전날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뒤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 악재가 되고 있다.

존 스톨츠퍼스 오펜하이머펀드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은 연준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적극적으로 3차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자 짜증을 부리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사실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수준까지 내려갔는데도 여전히 주식보다 국채를 사고 있다는 건 다소 불합리해 보이지만, 중요한 건 시장 참가자들도 대부분 연준이 액션을 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경제지표에 대한 우려나 연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모두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지금 지표는 좋지 않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 나쁜 것은 아니며, 더구나 관망하고 있는 연준을 움직일 만큼 악화된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티모시 맥캔드리스 벨에어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 주식애널리스트도 “지금 시장은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경제지표와 강하지 않은 연준의 추가 부양책 시그널 사이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시장이 약해지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기업 실적 악화일 수 있다. 최근 연일 하락중인 기술주 약세의 원인도 실적 부진이고, 이날 하락을 주도했던 인포시스와 시어스홀딩스 등의 급락세도 모두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탓이었다. 반면 약세장 속에서도 선전한 맥도날드와 텍사스 인더스트리즈 등은 실적 호조 기대감에 의한 것이었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2분기 어닝시즌은 물론이고 향후 실적 전망까지 우려하고 있다.

짐 러셀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확실히 호재였지만 이는 수치상으로만 그랬고, 실제로는 고용 경기 둔화를 뒤집을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기업 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3분기에도 기업 이익이 2분기에 비해 줄어들거나 늘어나더라도 아주 완만할 것으로 본다”며 “더구나 연간 이익 추정치는 종전 주당 105달러에서 97~100달러 수준까지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원유와 기타 원자재 가격이 동반 하락 중인데, 이로 인해 산업재 관련주들까지 수요 둔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등 기업 실적이 너무 큰 불확실성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닉 새건 포트워싱턴 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전세계적으로 침체가 나타나고 있고 미국 기업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기업 이익 추정치를 낮춰왔고 이제 기업들은 향후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만큼 그동안 시장의 주된 동력이었던 기업 이익 성장세가 앞으로는 지지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나올 기업 실적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톨츠퍼스 스트래티지스트도 “일단 시장은 내일 있을 JP모간과 웰스파고 등 은행들의 실적을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