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종 '황무지' 도시

by김동욱 기자
2012.03.22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2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섬 위의 도시를 짓겠다고 하더니 막상 와서 보니 모래 황무지 위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있습니다…”

입주를 3개월여 앞둔 인천 영종하늘도시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가용지도 팔리지 않았다. 입주를 앞둔 주민들은 공터위에 덩그러니 올라간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하소연할 곳은 없다. 경기 침체로 개발계획이 뒤틀려 문제가 생기더라도 입주민들의 피해를 구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종하늘도시는 6월 말부터 7개 단지가 차례로 입주를 시작하지만 주변에 상업용지는 단 하나도 분양되지 않았다. 물론 LH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상업용지 18개 필지 중 일부라도 팔려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업용지는 아직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입주자가 부푼 마음을 안고 새 집으로 자리를 옮겨도 생활 편의시설은 단 하나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입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보상을 요구할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 LH가 최대한 빨리 땅을 팔아 상업시설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LH는 땅값을 깎아서 팔지는 않는다.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뜻이다.



모든 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탓이다. 천재지변 같은 일이다. 분양 당시 LH가 제시한 제3연륙교, 영종브로드웨이 사업, 밀라노 시티 등 굵직굵직한 개발사업 역시 무산됐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LH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최근 건설사가 LH에 주변 개발계획 무산에 따른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법원은 LH에 귀책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여러 변수가 포함된 개발계획이었던 만큼 LH가 모두 책임질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정작 책임질 주체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결국 남는 건 입주민 뿐이다. 입주 전부터 투쟁 전선에 나서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얽히는 형국이다. 경기 침체로 분양이 어려워 생긴 문제를 특정인의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운이 나쁜 입주민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

상가용지를 할인한 가격으로 빨리 팔거나 입주민들의 입주를 늦출 수 있는 방안, 기반시설이 빨리 들어올 수 있게 세제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 LH의 임무는 입주자들에게 아파트를 홍보하고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