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우려 현실로?`..美경기 재둔화 조짐

by이정훈 기자
2012.02.01 01:25:09

주택경기 둔화세 뚜렷..고용지표도 조정
가계 자신감 약화..`잘나가던` 소비도 주춤
제조업-고용지표 주목..연준 대응도 관심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 주택-고용경기 `여전히 취약`

살아나던 미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두 축이었던 주택과 고용경기는 최근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높아진 경기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무리다.

31일(현지시간)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전월대비 0.7%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미쳐, 여전히 압류와 헐값 판매에 따른 가격 하락압력이 멈추지 않음을 보여줬다.

집값 하락이 멈추기 위해서는 구매수요가 그 만큼 살아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말 나온 지난해 1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대비 2.2% 줄었고 잠정주택 판매 역시 3.5%나 추락했다. 지금과 같은 주택 판매속도를 감안하면 아직도 6.1개월치나 되는 새 주택들이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용지표도 최근 다소 부진하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7만7000건으로 다시 증가했고, 이날 발표된 4분기 고용비용도 0.4% 증가에 그쳐 본격적인 임금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임을 재확인시켰다.

◇ `살아나던` 소비심리도 주춤

상대적으로 잘 나가던 소비심리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작년말 홀리데이시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지표가 신통치 않았던데다 소비자들의 경기 자신감도 다시 약해지고 있는 탓이다.



전날 발표됐던 작년 12월 개인 소비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실질 개인 소비는 0.1% 오히려 줄었다. 11월의 0.1%보다 못했다.

이는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에서도 일부 확인된 바 있다. 4분기중 최종재 판매가 0.8%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 예상인 2.5%에 크게 못미쳤고, 소비지출도 2.0%로 전분기대비 증가했지만 예상치인 2.4%에 못미쳤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소비자들의 경기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향후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월에 61.1을 기록, 시장에서 예상했던 68.0보다도 크게 낮았다. 향후 경기 여건이나 고용사정 등을 우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도 부담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재둔화 `기로`..연준대응 주목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연준은 최근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실업률이 여전히 높다", "글로벌 금융시장 긴장이 성장 전망에 큰 하방 리스크가 될 것", "설비투자는 둔화되고 있고 부동산경기는 아직도 억눌려있다"며 부정적 언급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듯 연이어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줄을 잇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작년 4분기 재고 비축 이후 올 1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재연되며 경기가 다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이번주의 ISM 제조업지수와 고용보고서 결과에 따라 이같은 경기 우려는 더 확산될 여지가 있다. 현재 ISM 제조업지수는 53.9에서 54.5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1월 비농업 취업자수는 13만5000개로, 전월의 20만개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후 연준의 대응도 주목된다. 마리아피오리니 라미레즈의 조슈아 사피로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일자리 성장세가 만족스럽지 못하며 이로 인해 소비가 크게 늘지 못했다"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고 연준의 부양책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의장 역시 "경기 회복세가 다시 주춤하면 추가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