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1]①코스피 2231부터 1644까지..`악재와 사투`

by유재희 기자
2011.12.30 08:00:00

日대지진·美신용등급강등·유럽재정위기 등 악재 이어져
주도주 차화정, 하반기들어 꺾여
삼성전자 100만원벽 훌쩍 넘어서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2011년의 증시도 어느덧 막을 내렸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 증시는 정말 쉽지 않은 길이었다. 자스민 혁명, 일본 대지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재정위기, 김정일 사망 등 굵직한 악재들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2230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코스피는 하반기들어 1640선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1년 증시를 되돌아 본다. <편집자주>

올해는 전형적인 상고하저(上高下低) 장세였다. 물론 모든 악재가 하반기에 집중된 것은 아니다.

1~2월중 튀니지 자스민 혁명과 이집트·리비아 등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반정부 시위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3월에는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에 따른 방사능 유출 우려로 지수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악재속에 희망의 불씨가 있었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아울러 자문형 랩을 중심으로 자동차, 화학, 정유주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4월27일 코스피는 2231포인트로 사상 최고지수를 경신했다.
 

▲ 자료 : 삼성증권

문제는 하반기였다. 하반기 주가지수를 1600선대로 짓누른 것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불안이었다. 이들 국가들의 국채가 대규모로 만기를 맞을 때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강등을 경고할 때마다 지수는 사정없이 출렁거렸다.

특히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9월26일 1644포인트로 연중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정책적 공조와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여기에 북한발 리스크도 재연됐다. 지난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금융시장이 또 한번 심하게 출렁거렸다. 올해 국내증시는 `반복해서 밀려드는 악재들과의 끝없는 힘겨루기 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증시 최고의 신조어는 단연 `차화정(자동차·화화·정유)'이다. 상반기까지 보여준 차화정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국내 자동차, 화학, 정유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력한 주도주로 떠올랐다. 
 
국내 증권업계에 분 자문형 랩어카운트 열풍도 차화정 돌풍에 힘을 실어줬다. 투자자문사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차화정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기관투자자들과 개인들도 자문사 따라하기에 나서며 차화정은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8월 유럽재정위기가 증시를 강타하면서 차화정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트렌드를 타면서 상승했던 만큼 신용, 미수 등도 많이 걸려 있었다.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은 기관의 로스컷(손절매)으로 이어졌고, 이는 신용·미수 물량에 대한 반대매매로 이어지면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차화정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하반기에는 IT주가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IT주들이 오랜만에 주도주 자리에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부동의 대장주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그동안 주가 100만원은 꿈의 숫자였다. 
 
그러나 `난세지영웅(亂世之英雄)`이라고 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오히려 강세를 나타내며 100만원대 안착에 성공했다.

물론 주가 100만원 시대를 열기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연초 100만원을 터치한 삼성전자는 지속된 반도체 업황 악화와 모바일 시장에서의 애플의 견제, 유럽발 재정위기 등 끊이지 않은 악재속에서 지난 8월 67만원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됐다. 천재 CEO를 잃은 애플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떨어질 것이란 분석은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지속된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가 승자로 살아 남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3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뛰어난 사업구조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은 결국 삼성전자 주가를 100만원대에 올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