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1만선 붕괴..제조업 부진에 스페인 악재까지

by지영한 기자
2010.08.27 05:52:09

실업수당 지표 개선됐지만 부진한 제조업 지표가 찬물
美 성장률 발표 하루 앞두고, 장막판 매물 증가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한 스페인 재정위기 우려도 부담줘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뉴욕증시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재정위기 우려감과 미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 영향으로 반등 하루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또 하루 뒤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수정치가 앞서 제시된 예비치 보다 대폭 하향 수정되리라는 관측도 더블딥(경기가 회복하다 다시 위축되는 현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74.25포인트(0.74%) 하락한 9985.81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85포인트(1.07%) 떨어진 2118.69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8.11포인트(0.77%) 하락한 1047.22을 각각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개장 전에 발표된 지난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더 많이 감소한 점이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캔자스 시티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더블딥(경기가 회복되다 재차 위축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주요 지수들이 약세권으로 전환했다.

여기에다 막중한 재정적자로 신용등급 강등에 처한 스페인이 과거에 잘못 걷어들인 거액의 세금을 납세자에게 되돌려주도록 한 스페인 법원의 판결로, 유럽 재정위기 불확실성이 재차 불거지면서 뉴욕증시가 낙폭을 확대했다.

또 내일 예정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달에 발표된 예비치보다 더욱 하향 조정되리라는 관측과 더불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부정적 코멘트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경계감으로 장막판 매물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장 후반 낙폭을 더욱 확대했고, 다우 지수는 다시 1만선을 하향 이탈했다.


종목별로도 하락 종목이 절대 우세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종목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보잉과 홈디포 등 단 2개에 불과했다.

이 중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은 회계연도 4분기 이익 전망치를 종전 주당 1.12달러에서 1.15달러로 상향 조정한 점이 호재로 작용해 약세장 속에서도 1.5% 상승했다.



의류업체 게스는 2분기 순이익이 12% 증가하고, 북미 지역과 아시아의 매출이 늘었다는 소식에도, 올해 이익을 하향 조정한 여파로 10% 떨어졌다.



스페인 정부가 세금 징수방법이 잘못돼 납세자들에게 거액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스페인 일간지 보도로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이 다시 불거졌다.

스페인 일간지 엘 에코노미스타는 스페인 행정법원이 지난 2006~2008년 기간중 부가가치세 산정방식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려,스페인 정부가 과거에 걷어들인 51억유로(64억8000만달러)를 납세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법원의 판결로 수백만 유로 정도의 세수가 납부지연되는 효과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수에 미칠 영향은 전혀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스페인 재정적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무디스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려놓은 상황이다.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더 많이 감소한 점은 호재로 작용했지만, 캔자스시티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크게 둔화된 점은 부담이 됐다. 

우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21일 마감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 50만4000건(수정치)보다 3만1000건 감소한 47만3000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예상보다 좋은 수치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마켓워치가 각각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로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49만건으로 감소하리라 추정됐었다. 예상보다 더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8월 이 지역의 제조업경기 지수는 전월 14에서 0으로 크게 떨어졌다. 지수는 `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그 이하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