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투자자들, 책에게 길을 묻다
by안승찬 기자
2008.12.07 08:30:00
''월가 이단아''의 상식 파괴 <블랙스완>
투자의 원칙과 기술 <장기투자가 답이다>
나만의 전략 찾아라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차분히 준비하는 시점이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아직 갈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년에는 더 나빠진다며 하루라도 주식시장을 떠나야한다고 윽박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이 바닥'이라며 매수를 외친다.
아찔하고 머리가 복잡해질 수록 한발짝 떨어져 관조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안목과 원칙으로 무장한 투자전략이 필수다.
'투자손실을 만회할 대박 수익'을 현혹하는 백가지 말들보다 진득하게 앉아 책 속에서 한해의 마무리와 내년 새로운 투자전략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8세기 유럽의 조류학자 2명은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신대륙 '오스트레일리아'. 그 땅에서 조류학자들은 검은 백조를 발견했다.
수천년동안 수백만 마리의 흰 백조를 보면서 견고히 다져진 '백조는 희다'라는 정설은 검은 백조 한 마리의 등장으로 가차없이 무너져버린다.
갑작스럽게 닥친 전세계의 금융위기는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그동안 수많은 경험치를 통해 만들어낸 현재의 금융 모델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의 이단아'로 불리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동녘사이언스)는 철학, 역사, 경제학, 경영학, 수학, 심리학의 연구사를 종횡하며 '검은 백조'라는 극단의 값이란 개념을 끌어들여 기존의 상식을 파괴한다.
탈레브는 지난해 <블랙 스완>을 내놓으며 가진 한 강연에서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월가의 전문가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은 이 책에 대해 당시 <뉴욕타임스>는 비판적인 서평을 게재했고, 미국통계학회는 탈레브의 기고문 한 편에 반박 논문 세 편을 함께 게재하는 등 학계와 금융계의 반응은 매우 적대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예측한 대로 지금의 월가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탈레브는 '월가의 이단아'에서 이제 '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불리고 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는 1977년부터 13년간 무려 2700%의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만약 1977년에 마젤란펀드에 쌈짓돈 1000만원을 넣어뒀다면 13년후 2억7000만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마젤란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 중에서 '대박' 수익을 맛본 이들은 절반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이 시장이 좋아졌을 때 부랴부랴 펀드에 가입했다가 시장이 급락하면 겁을 먹고 다시 환매해버리는 투자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내가 왜 팔았을까" 땅을 치고 후회하는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피터 린치의 조언은 단 한마디 뿐이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보유 뿐"이라고.
국내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경제의 체온계로 통하는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2064포인트까지 오르며 '투자시대의 서막'을 알리는듯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900포인트 아래까지 떨어졌다. 불과 2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맛본 것이다. 장기투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인터넷 경제미디어 이데일리의 증권부 현장 기자들이 쓴 <장기투자가 답이다>(한스미디어)는 혼란스러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 성공적인 장기투자의 원칙과 장기투자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수많은 재테크 책과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장기투자가 답이다>는 왜 장기투자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어떻게 하면 장기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장기투자의 실적 투자 전략을 들려준다.
현직 외과의사이지만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경제 전문가 박경철씨가 새로 내놓은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리더스북)은 사실 주식투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찍어주기식 투자지침'을 원하는 독자라면 오히려 실망할 수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말하는 주식투자는 그리 단순명료하지 않다.
한때 '차트 분석의 대가'라 불렸던 그였지만, 지금은 차트의 맹신을 경계한다.
과거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고수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비법들은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썩은 도구들을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잘못된 기술적 분석은 무용하고, 올바른 기술적 분석은 여전히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시골의사'는 유행처럼 번졌다 거품처럼 꺼지는 수많은 매매기법들과 백전백패 기법들의 오류와 허황됨을 꼬집는다.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온 관록과 실전의 경험을 체로 삼아 지금의 시장에서 쓸모있고 도구를 걸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칼은 많습니다. 하지만 요리사는 수많은 칼 중 자신이 즐겨쓰는 칼 하나만 잡고 요리를 합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범위 내에서 단 한 개의 칼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완전한 기법, 완벽한 기법은 없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족집게 기술, 개미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대박 비법은 없다. '시골의사'는 자신의 사이즈가 무엇인지 깨닫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