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다)가마솥 더위..`휴가중`

by최한나 기자
2004.07.25 10:30:30

이부총리 제주도 구상 관심
통계청 29일 2분기 산업활동동향 발표

[edaily 최한나기자] 열대야의 나날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10년만에 찾아온 가마솥 더위가 기승이다. 지난19일부터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서 섭씨 30~38도의 고온이 기록됐다. 지난주엔 폭염으로 사망자가 나왔고 노인 일사병 환자들도 속출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살인적 더위는 이번주에도 물러갈 기미가 없다. 주초에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잠시 주춤하겠지만 27일부터는 기온이 상승해 다음달 중순쯤에나 평년 기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게 기상청의 전망이다. 피서행렬은 이번주에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에 발표될 2분기 산업활동동향이 더위를 식혀 줄 청량제가 될 지 아니면 가뜩이나 더운데 불쾌지수만 높여 놓을 지 관심사다. ◇이부총리 제주도 구상 "어떻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더위를 피해 동해로 서해로,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 사수론과 386세대 자질론을 빼들었던 이헌재 부총리도 제주도로 휴가를 간다. 이부총리의 공식 휴가기간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그러나 25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있을 한국능률협회 강연이 끝나는 대로 사실상의 휴가에 들어간다. 그는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총리는 휴가기간동안 8월 수도권 규제완화와 하반기 기업규제완화를 어떻게 끌고 갈 지에 대한 제주도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전국 230개 골프장에 대한 허가 여부를 최대한 빨리 결정해 줄 것이라고까지 말했던 이부총리가 제주도 구상을 통해 얼마나 획기적인 규제완화 로드맵(일정표)을 마련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미 휴가중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번주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최대전력수요로 인해 휴가를 잠시 미뤄놨다. ◇ 2분기 산업활동 동향 주목 이번주 미국에서는 실적발표철을 맞아 26일 켈로그, 27일 듀퐁, 28일 메트라이프, 29일 엑손모빌 등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 국내에서는 29일 6월 및 2분기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다. 26일 하이닉스, 27일 INI스틸, 28일 기업은행, 29일 SK텔레콤, 30일 KT&G등 기업들의 실적발표도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29일 발표될 산업활동동향이 주목된다. 이 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놔 증시를 더위먹게 했다. 이 부총리는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 지 진짜 의문이 든다"고 했고 박 총재는 "우리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제 수장들의 푸념은 그만큼 우리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경고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분기 산업활동의 성적은 두 사람의 우려를 그대로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에는 백화점·수퍼마켓 등 소매업 매출이 16개월 연속 감소하고 부동산 및 임대업 매출이 두 달 연속 10% 넘게 급감하는 등 내수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었다. 지난 23일 "하반기에는 수출이 둔화되는 대신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져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시정될 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한 이 부총리의 전망대로 실제 내수가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볼 일이다. ◇파업은 일단 진정, 그러나 지난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던 서울 지하철 노조는 사흘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어 부산지하철 노조와 도시철도공사 노조도 업무 복귀를 선언, 25일부터 대구를 제외한 전지역 지하철이 정상 운행된다. 또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됐던 서울대 병원 파업도 44일만에 타결돼 그동안 불편을 겪어온 환자 및 보호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지난 21일 파업에 돌입했던 GM대우 노동자들은 22일 기본급을 12.12%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정상영업에 복귀했다. 더위와 함께 찾아온 파업의 위기는 일단 중대국면을 넘은 듯 하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노사정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는 볼 수 없어서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LG정유의 파업 사태는 아직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3일 오후 직권중재안을 통보했지만 노조는 중노위 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한보철강 노조도 22일 월급여분의 500%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쌍용차 노조도 파업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 정체성 논란 새 국면으로 4.15총선 직후 너도나도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던 정치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생결단식 싸움에 함몰돼 있다. 여야간에는 합의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북한 함정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월선 및 우리 해군의 보고누락,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전향거부 장기수` 민주화 판정과 일부 조사관의 전력 논란 등의 현안마다 대립각이 날카롭게 서있다. 지난주에는 국가정체성, 사상 논쟁이 뜨거웠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국가정체성 논란 제기에 대해 "박 대표의 국가정체성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독재체제를 말하는 것인가"라며 공격의 날을 고추 세웠다. 그러나 폭염의 탓인지 상생 정치에 대한 약속을 못 지키고 있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인 지 정체성 논쟁은 잠시 휴면기를 맞을 듯 하다. 전면전을 선포했던 한나라당 박 대표는 휴가를 떠났고 김덕룡 원내대표는 후원회 결성을 위해 미국에 가있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 대표는 8월1일 홍재형 정책위의장, 문희상 한일의원연맹 회장등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다. 또 우리당 의원 10명은 오는 2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슬슬 꼬리를 빼는 형국이다. ◇DDA협상.. 잘 풀릴까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결과가 관심거리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갖고 농업협상에서 민감한 품목이 보호될 수 있도록 협상력을 집중하기로 했으나 이 같은 노력이 충분히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우리 농업은 쌀 협상과 DDA협상의 틈에서 진퇴양난이다. DDA협상 결과는 모든 농작물에 적용되는 만큼 쌀 협상을 위해 무리하게 DDA 초안 채택에 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공개된 초안에는 특별 품목 등 개도국에 대한 우대 조항이 들어있어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가 우리 농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청문회.. 첫 여성 법관 탄생 `주목`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기관보고를 마친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오는 30일과 내달 2~3일에 청문회를 갖는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관련 기관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참석하게 될 이번 청문회에서 김씨 피살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돌파구가 찾아질지 지켜볼 일이다. 또 해군의 보고 누락에 대한 공방도 예상된다. 특위는 반 장관과 조 장관을 포함해 고영구 국정원장, 이종석 NSC 사무차장, 임홍재 주이라크대사,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 등 50여명을 청문회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이와 함께 첫 여성 대법관이 탄생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초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휴가가 절정에 이른 시기에도 대다수의 재벌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은 휴가 대신 일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평소대로 휴가 대신 8월초 유럽 방문을 택했으며, 최태원 회장은 8월6일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자원봉사로 휴가를 대체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여름 휴가가 아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