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도 화난 ‘덮죽 사태’…소상공인 눈물 닦아준다

by박진환 기자
2024.09.15 08:00:00

방송 출연후 유명해진 레시피·상표 도용 사건 전국 이슈화
이 사건 계기…특허청, 2022년부터 지식재산역량강화 사업
2022년 3759건 이어 작년 4290건 상표 등록 등 지재권 보호
태평시장 캐릭터 개발·세종시한글빵 출원 등 성공사례 러시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포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020년 7월 SBS ‘백종원의 골목 식당’에 출연해 자신만의 레시피로 개발한 덮죽을 소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방송이 나가자 덮죽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같은달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B씨가 ‘덮죽’으로 상표를 출원했고, 같은해 9월에는 한 프렌차이즈 업체가 ‘덮죽덮죽’으로 상표를 출원한 후 사업을 개시하는 등 덮죽을 둘러싼 상표 분쟁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큰 이슈가 됐다.

당시 특허청은 B씨의 ‘덮죽’ 상표 등록을 거절했고, 이에 B씨는 2021년 9월 특허청의 상표 등록 거절결정을 불복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4월 특허심판원은 B씨의 거절결정불복심판을 기각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고, 프렌차이즈 업체도 논란이 커지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결국 2년 넘게 이어진 ‘덮죽’ 사태는 A씨의 관련 상표 출원으로 조용히 마무리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소상공인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필요성은 정부와 정치권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김완기 특허청장이 12일 대전 중구의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특허청 제공)
이에 특허청은 2022년부터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지식재산(IP) 역량강화 사업을 시행, 3년 만에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업은 ‘포항 덮죽’ 등의 사건을 계기로 소상공인의 지식재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경영 안정 및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간 경제적 어려움과 정보 부족 등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에 취약했던 소상공인들은 특허청의 지원을 받아 상표 출원에 적극 나서는 등 민·관 협력사업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소상공인 지식재산 역량강화 사업은 2022년 첫해 26억 3200만원의 예산을 투입, 3759건의 상표 등록 등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 4290건(34억 42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도 8월까지 모두 2542건(42억 9200만원)의 상표 등 지식재산권 확보를 지원했다.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대전 중구의 태평전통시장은 ‘전통시장·골목상권 공동상표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태평대전’이라는 신규 상표를 선보였다.

태평시장 상인회는 특허청 지원을 통해 곰·나무늘보·거북이를 활용해 ‘느리다’는 지역 이미지를 재치 있게 표현한 캐릭터상표, 포장디자인을 개발했으며, 이에 대한 상표 및 디자인을 출원했다. 세종시의 ‘세종시한글빵’은 일반용어로 상표등록이 어려운 기존 상표에서 한글창제 이념인 ‘천지인’을 형상화한 새로운 상표와 이를 적용한 포장디자인을 제작하고, 상표 및 디자인을 출원했다. 인천시의 ‘송도어멍’은 이미 타인 명의로 등록된 유사 상표가 있어 상표등록이 어려웠지만 로고디자인과 결합한 신규 상표와 함께 제품(갓김치찌개) 특성에 맞는 밀키트 포장디자인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상표 및 디자인을 출원했다.

김완기 특허청장(가운데 오른쪽)이 12일 대전 중구의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특허청 제공)
김완기 특허청장도 지난 12일 대전 중구의 태평전통시장을 찾아 소상공인 지식재산 역량강화 사업의 성과 공유, 현장 의견 청취 등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지식재산 정책 건의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날 김 청장은 “전통시장은 낡고 예스럽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오랜 전통과 역사, 문화를 살린 전통시장 고유의 콘텐츠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특허청은 각 전통시장의 특색을 살린 공동상표 및 캐릭터 개발과 더불어 소상공인들이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