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팔고 기관 담고…‘배터리 소재’ 두고 선택 갈렸다
by박순엽 기자
2024.02.05 05:30:00
지난달 기관의 순매수 종목 1위는 ‘에코프로머티’
LG화학·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 등도 10위권 포함
저가 매수 기회 더해 중장기 성장 전망에 매수 관측
개인은 에코프로머티·에코프로·엘앤에프 매도 나서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초 전기차 수요 증가 둔화 등 우려에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 기관 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소재 종목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매수는 주가의 연이은 하락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낮아진 데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리란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거래대금 기준 전구체(양극재 원료)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머티(450080)(에코프로머티리얼즈)로, 약 1827억원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엔 LG화학(051910)(845억여원), 엘앤에프(066970)(838억여원), 에코프로비엠(247540)(486억여원) 등 관련 종목들도 포함됐다.
특히,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이 이차전지 소재 종목 매수를 주도했다. 연기금은 지난 1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1804억원치 매수한 데 이어 LG화학(837억여원)·엘앤에프(555억여원)·에코프로비엠(493억여원) 등을 대거 담았다. 연기금이 사들인 이차전지 소재 종목들의 금액 규모는 기관 전체 매수 금액의 92.3%에 이르렀다.
시장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들이 주가 내림세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이차전지 소재 종목들을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11일 24만4000원으로 장중 52주 최고가를 찍은 이후 내림세에 접어들어 31일 14만9400원으로 38.77% 하락한 채 마감했다. LG화학과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도 지난 한 달간 12~29% 주가가 내렸다. 이차전지 소재 주가는 전기차 수요 부진과 원재료 가격 하락 등의 영향에 하락했지만, 관련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탄탄하리란 전망이 기관 매수에 힘을 보탰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차전지 제조 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해외 우려 기관(FEOC) 규제를 피하고자 소재 공급처를 중국에서 한국 등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더 엄격한 수준의 중국 자본에 대한 규제가 적용돼 일부 전기차 모델이 보조금 수령 요건을 상실하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단기적으로는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FEOC 조항이 당장 올해부터 적용되는 배터리 핵심부품(전해액·분리막) 관련 국내 기업에 대한 구애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양극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세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되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제한적”이라며 “에코프로비엠은 내년부터는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양극재 출하량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주요 이차전지 소재 종목들을 대체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2782억여원)에 이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2423억여원)를 가장 많이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086520)(866억여원)와 엘앤에프(479억여원)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