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하자 쇠고랑 찬 남편, 결혼 취소할 수 없나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10.08 09:0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여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이사장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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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법적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은 이혼과 혼인무효, 혼인취소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연자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남편과 헤어지는 게 아니라, 혼인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혼인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됐음을 전제로 한 이혼 외에 나머지 두 가지 방법을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혼인무효의 경우 민법은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거나 가까운 관계의 근친혼 등으로 사유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요. 판례는 서로 육체적, 정신적 결합을 가질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혼인을 감형에 활용하려는 의사는 있었지만 교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애초부터 사연자와 혼인생활을 할 의사 없이 혼인신고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혼인무효로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혼인취소사유는 민법 제816조에서 정하고 있는데, 사연의 경우에는 제3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상대방이나 제3자가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해 착오에 빠뜨리거나, 해악을 고지해 공포감을 조성함으로써 혼인의사를 결정하도록 할 때’에는 혼인을 취소할 수 있는데요. 사연 속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성매매업소 운영 사실과 이로 인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가 과연 사기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판례는 혼인취소사유가 인정될 정도의 사기가 되려면, 이로 인한 착오가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혼인 이력, 자녀의 출산 여부, 범죄 경력, 치료가 불가능한 정도 혹은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질병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이 고지 의무가 있는 대표적인 사정들인데요.
최근에는 혼인 전 성폭력 전과 등 범죄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남편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등의 위법한 수단이 없어도 성범죄 전력 등을 침묵한 것도 곧 사기라는 취지였습니다.
△범죄경력은 혼인을 결정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로 아내가 관련 사정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결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사연자의 경우에도 남편이 미성년자를 고용해 성매매업소를 운영해왔고, 이로써 수사를 받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남편과의 혼인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편의 사기를 이유로 혼인취소가 가능해 보이고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위자료도 가능합니다. △민법 제823조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 한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연자에게 성매매 범죄 전력을 알리지 않고 혼인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혼인취소소송의 제기는 불가하고, 이혼소송을 검토할 수밖에 없으니 기간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