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부채협상 낙관론…"반등 모멘텀" vs "당분간 박스권"
by김정남 기자
2023.05.18 05:44:18
바이든·매카시 "디폴트는 없을 것"
시장 반색…일각서 "당분간 박스권"
뱅크언 우려 잦아드나…은행주 반등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희망을 등에 업고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 중소 지역은행을 둘러싼 위기감 역시 조금씩 잦아들며 투심을 끌어올렸다. 다만 부채 한도 협상 등 대다수 재료들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박스권을 뚫고 강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4% 상승한 3만3420.77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9% 오른 4158.7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8% 뛴 1만2500.57을 기록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21% 오른 1774.50을 나타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반등했다.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의지에 고무됐다”며 “결국 우리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번 부채 한도 상향 문제에 있어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파트너다. 두 인사는 전날 백악관에서 두 번째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매카시 의장은 “제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합의에 이르는 길을 찾는 구조를 갖게 됐다는 점”이라며 “(협상 타결을 위한) 시간표는 옳게 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는 전날 협상을 두고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양측간) 공통점을 다음주 혹은 2주 내에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CNBC에 전했다.
뒤이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디폴트에 빠지지 않고 예산에 대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번 협상은 예산에 관한 것이지 미국이 부채를 지불할지 말지에 대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든 이번달 안에 합의를 하기 위해 오는 24일까지 예정돼 있던 아시아 순방 일정을 21일까지로 단축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는 전날 협상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지도자들은 모두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동의했다”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간 전날 협상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월가 일부에서는 부채 한도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질 경우 3대 지수가 반등 모멘텀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개월물 국채금리는 장중 5.417%까지 떨어졌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9bp(1bp=0.01%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1개월물 금리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천명한 ‘X-데이트’ 근방이 만기라는 점에서 그동안 금리가 폭등해 왔다(가격 폭락). 그런데 부채 한도 상향 합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들어온 것이다. 그 대신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bp 가까이 뛴 3.589%까지 올랐다.
다만 아직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관측도 많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소식은 점점 낙관적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시장은 (박스권에서) 고착화할 것으로 본다”고 점쳤다. 사태를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이다.
위기설이 돌던 중소 지역은행 중 하나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예금이 증가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10.19% 폭등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지난 12일 기준 예금은 1분기 말 대비 20억달러 증가한 476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이에 지역은행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가능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는 완화했고, 3대 지수 반등에 힘을 보탰다. 이외에 코메리카와 자이언스의 주가는 각각 12.29%, 12.08% 올랐다.
주택 지표는 다소 호조를 보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2.2% 증가한 140만건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와 거의 일치했다. 전날 나온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HMI)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 기준선인 50을 회복한데 이어 주택시장 반등을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른 것이다.
주요 유통업체 타깃은 이날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했다. 이날 주가는 2.58% 올랐다. 홈디포(3.55%), 메이시스(5.76%), 콜스(4.94%) 등 다른 다른 소매업체들의 주가 역시 상승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34% 올랐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09%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36%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부채 협상 기대감에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78% 오른 배럴당 72.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종가는 지난 9일 이후 최고치다. 스톤엑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분석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원유를 포함한 위험 자산이 오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