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공유한 80분…추경호 “IMF·금융위기도 모두 이겼다”

by조용석 기자
2022.09.15 05:00:21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원화약세, 대외여건 기인…에너지가격 급등 직격탄”
“규제혁파, 세부담 경감 등 민간 역동경제로 바꿔야”

[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3%로 나왔다. 시장에서는 8.0~8.1%를 예상했는데 8.3%로 나오니, 더 고강도 금리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다우존스지수 등 미국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간밤 미국에서 날아든 무거운 소식을 전하며 입을 뗐다. ‘최근 경제상황과 정책방향’을 주제로 80분간을 강연한 추 부총리는 급박한 경제 위기를 전하기엔 부족하다는 듯 여느 때보다 말이 빨랐다.

민간 활력 재고를 위한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안이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매도되는 대목에서는 “살코기도 있고 비계도 있는 맛있는 삼겹살인데, (야권은)살코기는 안보고 자꾸 비계만 있다고 한다”며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원화 약세가 달러화 강세 등 대외여건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고강도 금융 긴축정책을 이어가면서 원화와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기축 통화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3%에 달한 미국 8월 CPI 영향을 받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90원을 돌파했다.

1~8월 누적 기준 전년동기대비 454억 달러나 감소한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말하면 지난해보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기간 에너지수입 확대폭은 589억 달러로 나타로 무역수지 적자규모와 유사했다. 석유와 같은 국제원자재 가격의 인상은 국내 물가를 치솟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추 부총리는 “물가가 흔들리면 국민생활이 어렵고, 물가가 불안하면 다른 정책도 (추진이)어렵다. 물가가 우선이고 그 다음에 경기부양이든 뭐든 할 수 있다”며 “그래서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9번의 물가 안정 민생대책을 발표하면서 현금 살포성 정책 외에는 모든 정책을 ‘긁어서’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물가가 조금 낮아질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경기가 지금보다 둔화되지 않겠느냐는 엇갈리는 전망도 있으나, 물가가 떨어지고 성장률도 상대적으로 내년이 올해보다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낮춘 데 대해서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봤다”이라며 “다음에 수정전망을 하면서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추 부총리는 환율에 대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지만 반대로 과도한 우려도 경계했다. IMF와 글로벌금융위기는 외환보유고 고갈로 인한 것으로 당시 원화만 약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달러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국가신용도를 보여주는 CDS프리미엄을 보면 낮은 30~32bp(1bp=0.01%) 유지하고 있다”며 “외환보유고도 4300억 달러 정도로 세계 9위”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추 부총리가 우려한 것은 낮은 잠재성장률이다. IMF는 2020~2022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8%로, OECD는 2.2%(2021~2022년)로 예상한다. 이는 경제구조 자체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추 부총리는 잠재성장률 부진의 원인으로 기업을 옥죄는 규제, 인구감소, 비효율적인 노동교육시스템을 꼽았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가계부채 및 국가채무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대응여력까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추 부총리는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전환, 2056년 기금고갈이 예상된다”며 “최근 5년 GDP 국가부채비율이 14%포인트나 늘었다”고 강조했다. 세대갈등의 커다란 단초가 될 수 있는 국민연금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긴축재정 등을 통해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추 부총리는 규제혁파, 세부담 경감 민간중심 역동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돈 뿌려가면서 경기를 살리는 것은 효율성도 없고 생산성도 높지 않고, 심지어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민간중심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을 야권이 부자감세로 공격하는 것에 대해 추 부총리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종부세 부담 완화와 관련한 비판에는 “선거 때는 부동산 실패라면서 종부세 과도하다 인정하더니 이제 부자감세라 이야기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부총리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위기와 희망을 동시에 말했다. 그는 “굉장히 불확실성이 커지는 복합위기 상황이다. 하루 이틀 내 끝나지 않고 유감스럽지만 1년 이상은 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 이겨냈다. 정부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하겠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