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2.09.01 05:01:00
농약, 비료 등 농자재 값은 폭등하는데 쌀값만 폭락해 농심이 들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20㎏당 4만 2522원(8월15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5만5630원) 대비 23.6%나 폭락해 4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에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줄을 잇고 있다. 농민단체 회원들이 트럭에 쌀을 싣고 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도로 위에 쏟아붓는가 하면 전남 영암과 전북 김제에서는 애지중지 키운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트랙터와 경운기 등을 끌고 나와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쌀값 폭락은 풍년이 든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쌀 소비가 매년 가파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매년 2%씩 줄고 있다. 지난해 56.9㎏으로 30년 전(116.3㎏, 1991년)과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거의 매년 수확기마다 산지 쌀값이 폭락하고, 남는 쌀을 정부가 대신 사주느라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쌀값 폭락을 막으려면 공급 과잉 구조를 적정 수급 구조로 바꿔야 한다. 1단계로는 매년 벼 재배면적을 조절해 소비감소 추세에 맞게 생산 감축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생산 감축 없이는 공급 과잉에 따른 쌀값 폭락을 막을 길이 없다. 벼를 다른 고수익 대체 작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쌀 소비량을 적극 늘려 나가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맞벌이와 나홀로 가구가 늘면서 밥보다는 빵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식생활 패턴에 맞춰 쌀을 활용한 간편식을 개발해 보급하면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은 추진해 볼 만하다.
그러나 수급 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들끓는 농심을 가라앉히려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응급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격리 물량을 늘려 한시적으로라도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올 들어 두 배 가까이 오른 비료와 면세유 등 농자재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