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창업한 기업, 2년만에 매출 50배 성장 비결은?

by김기덕 기자
2022.06.23 05:30:00

2017년 첫발 뗀 ‘캠퍼스타운 기술매칭 사업’ 순항
서울 36개 대학 전 연구진 참여…기술·컨설팅 지원
콘스탄트 2년만에 100억 매출 목표·로보트리, 美시장 진출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6월에 설립돼 올해로 만 2년째를 맞은 탈모 컨시어지(concierge·안내) 전문업체 콘스탄트. 전체 국민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1000만 탈모인구를 대상으로 탈모 상태 진단·측정, 맞춤형 상품과 홈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첫 서비스를 시작해 5억원을 매출을 올렸다. 단기간 내 1만2000명의 고객을 확보한 만큼 올해는 제품을 리뉴얼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지난해 보다 20배 높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끈 CEO는 다름 아닌 MZ세대가 의기투합한 정근식 대표(33·고려대 경영학과 졸업)와 이재훈 대표(30·연세대 기계학과 졸업)다. 이들은 창업 당시 기술에 대한 확신에도 종잣돈이 없어 망설였지만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서울캠퍼스타운 기술매칭 사업을 통해 작업 공간을 제공받고 투자 유치 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건국대 캠퍼스타운 창업기업인 펫투데이를 설립한 이성호 대표(30). 그는 건국대 화학공학과 재학 당시 수의학과 학생들이 개에게 물을 줄 때 종이컵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 사업 아이템인 반려견 산책 텀블러(상품명: 댕블러)를 떠올렸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이후 파급력은 대단했다. 각종 대내외 경진대회에서 잇따라 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취업보다는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다만 제품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서울시 자금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또 서울시가 주관하는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바이오 분야 숙명여대 김두헌 교수가 기술 자문을 도와줘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이 기업은 반려견 산책 텀블러와 박테리오파지가 첨가된 물 기술개발(R&D)을 진행 중에 있다.

서울시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캠퍼스타운 기업과 대학의 우수 연구인력을 일대일로 매칭해 고도화된 기술 개발, 제품화를 위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캠퍼스타운 기술 매칭 사업’이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54개 대학 중 70%에 해당하는 38개 대학이 참여, 청년 창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톡톡히 기여하면서 창업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캠퍼스타운 소속 대학.
2017년 첫발을 뗀 이 사업은 개발이나 제품화 과정에서 애로를 겪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으나 기술역량 부족으로 기술 구현에 어려움을 겪는 캠퍼스타운 창업기업을 교수, 연구원 등 대학이 보유한 전문가와 매칭해 기술개발, 컨설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기존 사업과 가장 다른 점은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풀가동한다는 점이다. 기존 청년 지원 사업이 취업 알선, 창업자금 지원, 기업 매칭 등에 주력했다면 이 사업은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일회성 협업을 넘어 지속적인 상생협력을 통해 유니콘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청년 창업기업들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1315팀, 5239명(2021년 말 누적 기준)을 육성했다. 이는 직전연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또 창업기업의 매출액과 투자유치액은 각각 903억, 806억으로 전년도(매출액 347억, 투자유치액 252억원)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



각 창업기업과 대학 연구진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개발(R&D) 사업에 선정되거나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력(MOU)를 맺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콘스탄트는 협력 교수(고려대)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성장 기술 개발사업 전략형 과제’에 선정됐으며, 인공지능 활용 치아 및 안면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한 데니어(연세대 캠퍼스타운)는 세종대 소속 협력 교수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연세대 캠퍼스타운 창업기업인 콘스탄트의 탈모 진단 및 홈케어 서비스.
또한 ‘비대면 성매개 질환 검사 신뢰성 향상 보안기술’을 개발한 쓰리제이(숙명여대 캠퍼스타운, 박지현 대표)는 5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며, ‘기구 설계 교육을 위한 종이 완구’를 개발한 로보트리(고려대 캠퍼스타운, 안상욱 대표)는 이마트·홈플러스 납품과 함께 아마존 미국 카테고리 40위에 진입하는 등 성공적인 시장 진입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는 “돌이켜보면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기술적으로 고도화해 제품화를 하거나 기술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대학 연구진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며 “창업 초기 제품개발 공간을 제공하고 수 천만원의 자금을 지원 받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수 캠퍼스 창업기업이 늘면서 창업을 생각하는 대학생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명선(가명)씨는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창업을 꿈꿨는데 종잣돈이 없는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 계획이 없어 막막했는데 캠퍼스타운 사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도해 볼 생각”이라며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제품구현을 위해 전문가 투입과 기술 개발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대 캠퍼스타운 창업 공간 ‘에스큐브 1호점’.
시는 올해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32개소 105개 시설에서 1500여개의 창업팀을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서울기술연구원 전담 운영을 통해 사업 추진속도를 2개월여 앞당기고, 기술개발 과제 선정 시 2단계 심층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또 선정된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는 기술개발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창업공간 입주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기술사업화를 지원해 창업 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며 “올해부터는 기업성장 전 주기에 맞춰 지원을 확대해 참여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