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계시장 휩쓸던 러시아 퇴출, 韓 원전에 기회"

by김지완 기자
2022.04.03 08:39:40

정동욱 원자력학회장·중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서구권 제재로 러시아 퇴출, 원전 우리 미래 먹거리로"
"원자력 없이 탄소중립 불가능한데, 文정부 스텝 꼬여"
"신한울 3·4호기 환경평가 면제해야 원전 기자재 살아"
"미국이 힘쏟는 소형모듈원전, 전 세계 수요 ...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글로벌 원자력발전시장에서 큰 손으로 행세하던 러시아가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이건 한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동욱 원자력학회장 겸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제공=한국원자력학회)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겸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원전이 탄소중립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와 동시에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국내 원자력 생태계를 두곤 절박함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A부터 Z까지 모든 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신재생에너지 늘리고 원전 줄이겠다’ 일변도로 갔다”면서 “그런데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정책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저녁 때 전기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는 심야 태양광 발전의 감소분을 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보충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탄소배출 감소 요구가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20년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후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LNG는 1kwh당 549g 이산화탄소(C02)를 배출한다. 석탄 992g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원자력은 1kwh 당 10g 수준이다. 발전 경제성은 차제하고라도, ‘신재생+LNG 발전’으론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단 얘기다. 그는 “후쿠시마 사태로 일본 하나만 망했지만, 탄소중립 못하면 지구 전체가 망한다”며 탈원전 정책 결정이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정 회장은 국내 지형, 지정학적 위치, 기후 여건 등을 고려하면 신재생 에너지만을 고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풍력은 바람이 많이 불어 전기가 과생산되면 전체 전력망이 불안해진다”면서 “유럽처럼 여러 국가가 연결돼 있으면 전력망 안정을 꾀할 수 있지만 한국은 ‘에너지 섬’으로 이조차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 제주도는 지난해 풍력 전기 과생산으로 가동중단 횟수가 70여 회에 이른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 에너지 믹스 정책에서 원자력을 기저에 깔고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권 5년 간 추진된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생태계는 고사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했다. 정 회장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내 원자력기자재 산업 규모가 29%나 축소됐다”며 “신고리 5·6호기가 마지막 신규 원전으로 공사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기자재 업체들의 연쇄도산이나 업종전환이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신고리 5·6호기는 오는 2024~2025년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그는 “신한울 3·4호기의 환경평가 5년 유효기간은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며 “정부차원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환경평가 면제를 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곧장 공사를 재개해야만 국내 원전기자재 업체들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영향 평가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정 교수는 신한울 1·2호기가 신한울 3·4호기와의 거리가 150m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평가를 면제하거나 1·2호기 평가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1·2호기와 3·4호기 간 교통, 주변환경 영향 등 여러 평가 항목이 중첩된다고 설명했다.

소형모듈원전(SMR)을 대한민국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봤다. 그는 “SMR은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자력 발전에 비해 출력이 적다”면서 “이 때문에 대형원전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SMR 연구개발, 인·허가를 마무리하고 건설 위한 투자금을 모으는 단계라고 전했다. SMR은 안전한 대신 비싸다. 하지만 미국은 소형 원전을 묶는 모듈화 방식으로 경제성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미국이 SMR로 안전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 글로벌 전역에 SMR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고 봤다. 정 회장은 “미국이 SMR 성공하면, 제2의 테슬라가 될 수 있다”면서 “이때 SMR에 대한 기술개발, 건설경험 등을 축적해놓지 않으면 글로벌 SMR 시장을 완전히 놓치게 된다”며 국민들이 전향적인 시각에서 SMR 프로젝트를 바라봐 줄 것을 주문했다. 국내 SMR은 현재 기술개발 단계로 2028년경 인허가에 돌입할 예정이다.

더욱이 SMR은 대형원전보다 발전량을 조절하는 ‘부하추종’ 운영이 더 쉽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원자력을 발판 삼아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고 판단이다. 정 회장은 “탄소중립을 하겠다면 원자력을 배척할 수 없다”며 “세계 원전 건설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가 이집트, 터키 등에서 글로벌 원전 수주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퇴출됐다.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