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남 "무대는 생명력의 공간…기회되면 연극 계속할 것"
by장병호 기자
2021.12.30 05:42:00
연극 ''리차드 3세''로 4년 만에 무대 복귀
엘리자베스 왕비 역으로 황정민과 호흡
"긴장감 넘치는 연극 작업, 새 에너지 돼"
"셰익스피어 고전 알차게 보여드릴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대는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공간이에요. 언제든 기회가 되면 연극은 계속하고 싶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강인한 캐릭터를 선보여왔던 배우 장영남(48)이 오랜만에 자신의 고향과 같은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장영남은 내달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리차드 3세’에서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난다. 2018년 연극 ‘엘렉트라’ 이후 4년 만의 복귀 무대다.
장영남은 지난 28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극은 늘 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잘 맞지 않았는데, ‘리차드 3세’의 엘리자베스 역은 꼭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배이기도 한 황정민 선배와 영화 ‘국제시장’ 이후 오랜만에 같이 작업하는 작품이기도 해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영남은 1995년 극단 목화 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전 연극 무대에서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 닦았다. ‘리차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바탕이다. 장영남은 이번 연극에서 황정민이 맡은 주인공 리차드 3세의 형수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높일 예정이다.
그는 “무대 작업을 했던 배우라면 연극은 고향과 같다”며 “드라마나 영화는 컷(촬영 멈춤)과 편집이 있지만, 연극은 하나의 호흡을 이어가야 하는 긴장감 넘치는 작업이기에 연극을 통해 얻는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고 오랜만의 연극 작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극 중 엘리자베스 왕비는 리차드 3세에 의해 아들이 모두 살해되는 비운의 인물이다. 딸들과 도망친 뒤 리차드 3세를 폐위시킬 계획을 세운다. ‘피의 군주’로 묘사되는 리차드 3세 못지않게 강렬한 캐릭터다. 최근작인 드라마 ‘검은 태양’ ‘악마 판사’ 등을 통해 보여준 장영남의 ‘센 캐릭터’와도 닮아있다.
장영남은 “엘리자베스 왕비는 생존력도 강하고, 리차드 3세만큼은 아니어도 권력에 대한 탐욕이 강한 인물”이라며 “실제 성격은 ‘센 캐릭터’와 거리가 멀지만, 내 안에 있는 강해지고 싶은 마음을 연기를 통해 해소할 수 있어 센 인물을 연기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로서 멈춰 있지 않고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연기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황정민과는 계원예고,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지만 학창 시절에는 친분이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모자(母子) 사이로 연기한 것이 황정민과의 첫 작업이었다. 그는 “‘국제시장’ 때 황정민 선배님이 나를 ‘어무이’라고 부르면서 현장을 편안하게 해줬는데, 이번 연습 때도 에너지가 대단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 고전을 ‘원 캐스트’(한 명의 배우가 한 배역을 맡아 전 회차를 소화하는 것)로 선보이는 정통 연극이다. 장영남은 “고전은 읽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 속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공감과 감동을 주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다”며 “이번 셰익스피어의 고전이 선물 같은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차드 3세’는 내년 1월 11일부터 2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