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소비자보호, 삐걱이는 동거…분리해야”

by김미영 기자
2021.11.19 05:50:00

[오락가락 금융감독]④
與, 금융감독위-금융소비자위원회 분리 설치토록
野 , 금감원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 시도
“내년 3월 새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 주목”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친시장’ 행보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소비자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어제오늘만의 논란거리가 아니어서, 이참에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 감독과 소비자보호 업무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담은 법안들이 논의된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오기형, 이용우 의원이 금융위원회설치법 전부개정안을 내놔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 체계 전면 개편 속에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오기형 의원은 법안에서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현 금감원 내에 금융감독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위원회를 각각 설치토록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 금융기관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가 상호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단 취지다.

이용우 의원의 경우 국무총리 소속 금융감독위원회를 둬 위원장은 금감원장이 겸임하게 하는 동시에, 역시 국무총리 소속으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토록 했다.

이 법안들은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동양그룹 사태, 사모펀드 사태 등에서 금융위·금감원으로 이뤄진 현행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단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함께 수행하면서 이해 상충이 발생했고, 상대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소홀히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부 선진국에선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두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업권별 감독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은행 부문에선 금융소비자보호국을 2010년 신설했고, 영국은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는 영란은행 내에 감독기구와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 담당기구를 2013년 만들었다.

금융당국에선 반대 기류가 흐른다. 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면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을 분리해 각각 별도의 기구가 담당하는 체계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등 현안이 산재한 시점에 금융행정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윤창현 의원이 감독업무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 금감원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윤 의원의 법안은 금감원이 금융사에 부당한 자료요구를 하지 않는지 자료요구 현황을 국회에 제출토록 하고, 금감원 인력운용계획을 국회에서 승인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금감원 결산에 대한 국회 승인제, 경영실적 보고·평가제도도 도입토록 했다. 금융소비자를 위해선 금융민원처리 분야에서 패스트트랙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윤 의원은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와 제재처분이 법원의 판결로 번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금융분쟁 민원의 접수와 조정이 금감원에 집중돼 처리시간이 법적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등 금감원의 조직과 업무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린 사안이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 진척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 3월 대선 후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다시 거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