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오늘 상장, 카카오패밀리 흥행 계보 이을까
by이지현 기자
2021.11.03 05:00:00
카카오게임즈 따상상 카카오뱅크 상한가
낮은 외국인 확약 비중…SKIET 그림자도
코스피200 정기변경 조기 편입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카카오페이 첫날 팔아야 할까요?”
주식관련 카페 등에서 첫날 카카오페이 매도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가 3일 상장하며 오랜만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혹시 모를 주가 하락을 우려하며 첫날 팔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페이가 100% 균등배분을 실시해 일반청약자들 적게는 1주, 많게는 3~4주를 확보한 게 전부지만,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기 위해 매도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계열사들의 경우 상장 첫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카카오페이도 흥행 기록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카카오페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초가가 얼마에 정해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될 것으로 봤다.
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3일 카카오페이의 주권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035720)에서 분사한 국내 최대 금융플랫폼 기업이다. 간편결제, 간편송금 등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확보했고 현재 대출, 보험, 투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는 365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약 20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은 7614억원, 자기자본은 1896억원이다. 매출액은 245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72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상반기 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에 성공했다.
국민 플랫폼인 카카오 사용자 대부분이 송금, 결제를 위해 카카오페이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를 크게 따돌리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플랫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기관투자자들은 카카오페이의 수요예측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0~21일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은 1714대 1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격(6만~9만원) 상단 이상으로 주문을 넣었다.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확약을 건 기관만 976곳으로 확약 비중만 70.44%에 이른다. 다만 외국인 확약 비중은 6.63%로 상대적으로 낮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29.60대 1, 청약증거금만 5조668억원을 모았다. 경쟁률이 다소 낮아 보이지만, 100% 균등배분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카카오페이 청약참가자는 182만4365명으로 카카오뱅크(323410)(186만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시장의 관심은 시초가다. 따상 여부를 바로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시초가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개장 전 공모가의 90%(8만1000원)~200%(18만원)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18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시초가가 18만원에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시초가는 공모가 이하에서 결정될 수 있다. 이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이날 주가는 5만6700~23만40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부터 신규상장 종목 상장일 변동성완화장치(VI) 미적용 시행에 따라 카카오페이 주권에는 VI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얼마만큼 사고팔려는 사람이 많으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카카오(035720)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293490)의 경우 지난해 상장하며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이틀 연속 상한가)’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상한가로 직행해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섰지만, 팔려는 사람이 드물었다. 지난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323410)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하지 못하며 따상이 불발됐다. 장 초반에는 따상 불발로 인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시초가 이하에서 거래되기도 했지만, 1시간여가 지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사려는 사람이 몰리며 결국 상한가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의 기관투자자 전체 배정 물량 중 미확약 물량은 41%다. 미확약 물량의 90% 이상이 해외 투자자에게 배정됐다. 이 중 28%가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유확약율이 낮은 외국인이 상장 첫날 대거 매도에 나선다면 ‘따상’은 커녕 첫날부터 급락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SKIET의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96.4%에 달했지만, 해외 기관은 36.6%를 기록해 3분의 1에 그쳤다. 그리고 상장 첫날 외국인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SKIET는 상장 첫날 26% 급락을 기록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의 경우 전체 물량의 38.9%(5072만주)지만, 기관투자자 확약 물량을 유통제한 주식으로 가정한다면 카카오페이의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34.7%로 줄어든다”며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고려한다면 알리페이가 상장 후 보유 물량을 매도할 가능성이 낮아 실질적인 유통 가능 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2월 9일로 예정된 코스피200 정기변경은 카카오페이에 호재다. 조기편입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의 구성 종목은 매년 6월과 12월에 정기변경을 통해 결정한다. 카카오페이는 신규종목으로 상장일로부터 15영업일 동안 유가증권시장 전체 보통주 종목 중 상위 시가총액 50위 이내에 들 경우 신규상장종목 특례 편입 조건을 갖추게 된다. SKIET와 크래프톤(259960)도 상장 이후 22영업일만에 지수에 편입됐다.
공모가 기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은 11조7000억원으로 2일 기준 시총 34위에 해당한다. 이날 공모가 대비 36%만 상승해도 시총은 25위로 수직 상승한다. 이같은 우호적 환경은 패시브 자금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은 유동성, 많은 패시브 수급, 빠른 지수 편입에 따라 지수 추종 자금이 매수하지 않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플랫폼 경쟁력과 앤트그룹과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장 진출 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카카오페이 가치가 16조원으로 산정된다”며 “이는 공모가 대비 36% 상승한 12만2730원 정도로 충분한 상승여력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