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1.09.24 05:00:00
상속증여세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증여세수는 10조 3753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6%(2조 462억원)나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같은 기간 전체 국세 수입이 2.7%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올 들어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1~6월까지 징수액이 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 1000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이런 속도로 가면 올해 연간 징수액은 정부 전망치(11조 9000억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증여세수가 급증한 것은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거래량도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그럼에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계열을 넓혀 보면 2011~2016년 사이 5년간에는 상속증여세수가 연평균 12.7% 늘어난 데 비해 2016~2020년 사이 4년간에는 연평균 증가율이 23.2%에 달했다. 상속증여세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5%나 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와 비교하면 각각 7배와 5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부담은 과도한 것이 사실이다.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회원국 중에는 아예 상속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나라도 13개국이나 된다. 그러나 이들 나라도 대부분 자본이득세 형태로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있어 평면적인 비교만으로 세율의 적정성을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2000년부터 시행됐다. 이후 지난 21년 동안 집값은 평균 두세 배 이상 올랐다. 상속증여세 부담은 누진세율 구조로 인해 이 보다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증여세는 본래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었지만 지금은 ‘서민들도 내야 하는 세금’으로 바뀌었다. 서민들이 살던 집 한 채를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부의 대물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세율, 과표구간, 공제한도 등 전반적인 과세 기준을 조정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