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팔 주식도 없다…11일만에 귀환한 외국인, 매수 이어갈까

by박정수 기자
2021.08.25 01:50:00

외인 순매수 전환에 3100선 ‘탈환’
펀드 바스켓 조정…이머징 비중 감소
외인 귀환 ‘시기상조’…지분율 31% 분기점
글로별 경제 영향 덜 받는 빅테크 종목 관심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외국인들이 11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 중순만 해도 하루에 2조원 넘게 팔았던 외국인이 최근 급격히 매도 폭을 줄였고 이날은 사자로 돌아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 폭탄이 일단락된 수준이라 아직 외국인 귀환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당장 테이퍼링이 공론화되는 잭슨홀 미팅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09포인트(1.56%) 오른 3138.30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3119.70으로 전 거래일(3090.21)보다 상승 출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3564억원어치 팔았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57억원, 2317억원 매수 우위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개인 순매수 유입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으나 이내 개인은 팔자로 돌아섰고, 기관과 외국인이 재차 순매수로 전환하며 추가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외국인은 11거래일 만에 순매수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23일까지 팔자세를 이어오며 총 8조279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13일에는 하루동안 2조6989억원어치나 팔았다. 하지만 지난 18~20일에는 2000억원대로 매도강도를 줄였고, 23일에는 순매도액이 279억원에 불과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급하게 한국 비중을 줄인 이유는 중국 때문”이라며 “중국이 정치적으로 테크기업을 옥죄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 조정이 이어졌고, 외국인들이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머징 비중을 줄이면서 한국 비중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적별로 미국이 9조312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고 영국(2조7600억원), 스위스(2조6150억원), 케이맨제도(2조580억원) 등 순이었다. 미국계 자금은 일반적으로 신흥국 관련 주식 펀드 자금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영국과 케이맨제도는 헤지펀드, 패밀리오피스 등이 설정된 경우가 많아서 거시지표 변동성에 매우 민감한 투자 패턴을 보여왔다.

고태봉 센터장은 “그간 외국인들이 급하게 바구니를 비웠고 최근 매도세가 일단락되는 모습”이라며 “위험관리 차원에서 비운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국내를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귀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판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나 잭슨홀 미팅(8월 26~28일) 결과를 앞두고 방향 설정은 하고 있지 않다”며 “외국인 매도가 당장 매수로 전환한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특히 KB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0년 이후 31%선이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2009년부터 증시가 반등하는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했으나, 2010년 5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 지분율은 31%선까지 낮아졌다”며 “그리고 그 이후부터 다시 지분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010년 4월 말 1740선에서 5월 25일 1560선까지 떨어졌다가 10월 1900선까지 상승했다.

하 연구원은 “또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초까지 외국인 지분율은 31%선에서 바닥을 다진 후, 다시 2019년까지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10년간 코스피 상승률과 비교해서 외국인 지분율은 31%선이 중요한 지지선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36.36%에서 3월 말 35.95%로 줄었고 8월 현재 32.65% 수준이다.

고태봉 센터장은 “지금 시점에서 외국인들이 자금을 대거 뺐다가 곧바로 다시 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수급 주체가 시점을 노리다가 자금을 유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순매수세로 돌아서면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빅테크 종목에 관심을 둘 것이라 예상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종목들은 글로별 경제의 영향을 덜 받는 종목이라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특히 테슬라 AI데이 이후 2차전지 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센터장도 “우리 경제의 다음 먹거리를 찾는 산업을 살펴야 한다”며 “플랫폼과 전기차, 반도체 종목 고점 논란은 있으나 여전히 우리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역시 투자기회는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경기민감주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진 종목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화이자 백신 승인으로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가치주보다 경기에 민감한 종목이 유망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이번 매도를 통해 외국인 지분율이 떨어진 종목에 관심을 둘만 하다”고 덧붙였다.